띵동, 나는 오늘도 남의 집을 방문합니다.
1. 내가 학습지 교사가 된 사연
내 나이 서른여섯. 나는 혼자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남편을 쿨하게 보내고, 멋있게 잘 살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내 생각보다 남편을 많이 의지하고 사랑했었던지 그 빈자리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사랑이 생긴 것이 내게 사랑이 떠난 것이란 걸 보내고야 깨닫는 어리석음. 그게 나의 아둔한 단면이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힘든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술 밖에 없었다. 한 달 내내 25평 빌라 거실을 초록색 병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매일 술에 절어 있었다. 결국, 다니던 직장에서도 잘리고, 남편이 남기고 간 집마저 은행에 넘겨주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 그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들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 엄마! 나 배 아파!"
술이 덜 깨 정신없는 나는 아들이 아프다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왜 배가 아파?"
"아까 전에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배가 아파! 밥 줘!"
"아! 배고파?"
조금 아까 주먹밥을 먹인 것 같은데, 금세 배고프다는 아들이 조금 귀찮았다.
"이따 먹자! 조금 전에 주먹밥 먹었잖아!"
"그거는 아까 아까 준거잖아! 엄마, 나 너무 배가 아파, 밥 줘! 엄마!"
그러면서 강아지 마냥 자기 밥그릇을 들이미는 아들. 나는 아들이 내민 밥그릇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비운 밥그릇이라고 생각하기엔 밥풀이 너무 바짝 말라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얼른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시간에서 하루가 지나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고, 미안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괜히 아들을 탓하며 말했다.
"배 많이 고팠을 텐데, 엄마 깨우지~"
아들은 억울하단 듯 볼멘 표정으로 울며 말했다.
"내가 엄마 막, 이렇게 흔들어서 깨웠는데, 안 일어났잖아! 엄마 죽지 마라고 막 울었는데도 안 일어나서 깜짝 놀랐어!"
아들은 그 순간이 생각났는지 또 엉엉 울면서 나를 꽉 안았다. 그리고는 서럽고 간절하게 말했다.
"엄마 죽지 마! 알았지?"
나는 기가 막혔다. 아이가 꼬박 하루를 쓰러져 자는 엄마를 두고 뭘 하고 있었을까?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는 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나는 거실을 가득 채운 술병부터 치웠다. 그리고, 일단 직장을 찾기로 했다. 그간 하던 일은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애들 미술수업을 해주고 용돈정도 받는 수준이었다.
원장이 정교사 자리를 준다고 했지만, 그 월급도 아들을 유치원 보내고 둘이 먹고 살기엔 넉넉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남편이 집에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아서 유치원비도 제때 내지 못하기 일쑤였다. 빨리 돈을 벌고 돈을 모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미술 수업을 해 주던 어린이집 학부형 중엔 학습지 회사에서 관리자를 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분은 내가 직장이 필요하단걸 어떻게 알았는지 학습지 방문교사를 권해왔다.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무조건 면접을 보았다.
간단한 면접과 영어, 수학 등의 테스트를 하고는 바로 교육일정을 잡았다. 나도 급했지만 그 지점에서도 선생님이 급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지역을 받고 인수인계를 해야 했다. 교육을 받고 늦게까지 기존 선생님들을 따라 동행을 다니고 해야 하다 보니 아들이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어야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혼자서 잠든 아들을 보니 더 이상 그렇게 어린이집에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시댁에 아들을 맡겼다. 친정엄마가 없는 나로서는 시댁 말곤 아이를 맡길 곳도 없었다. 아이는 적응기간 일주일 정도만 맡길 생각이었다. 부지런히 일해서 빨리 아들과 살 집부터 얻어야지! 그런 맘으로 일단 일주일이면 내가 충분히 수업시간이며 아이를 캐어하며 일도 아이 키우기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일주일이 십사 년이란 긴 시간이 될 거란 걸 그땐 정말 상상도 못 하고 아이를 맡겼던 것이었다.
그렇게 내게 인수인계를 하는 선생님과 처음 함께 간 수업지역은 부천 원미동의 일반주택 단지였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사람들의 그 원미동말이다. 선임 선생님이 선 뒤에 붙어 서서 노순표의 집주소와 아이 이름을 확인하고 집의 특징을 메모했다.
선임선생님은 대문옆으로 기둥에 간신히 매달린 버튼을 눌렀다.
"띵동!"
"채원아~ 선생님 왔어요"
"네~"
아이가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의 가슴은 떨림과 호기심 두려움과 긴장감 등의 복잡한 심경으로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낯선 남의 집 안으로의 방문은 시작되었다.
2. 자유 찾아왔습네다.
2화는 원미동 9평 임대아파트에 사는 새터민 가족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작가의 말
제가 연재북 쓰는 걸 몰라서 1편을 중복으로 두 편 올리게 돼서 사과드립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2편을 올리기 위해서 1편을 연재소설위치에 재업로드하였습니다. 모바일로 작업하다 보니 구성을 더 빨리 못 익히는 것 같습니다. 선배 작가님들의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배워 잘 연재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