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겨울비 오는 풍경
앞에서 쓴 적이 있듯이 조기유학으로 캐나다를 정한 것은 즉흥적인 뜻밖의 결정이었다. (에피소드 04에 그 스토리가 있다) 추위와 비를 싫어하는 나는 캐나다는 추워서 기피했었고, 춥지 않다는 밴쿠버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하여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이었다.
이랬던 내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밴쿠버에 가게 된 것이다. 가기 전부터 그리고 가서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밴쿠버의 겨울은 비만 온다. 그리고 4시면 해가 져서 아주 우울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겨울.. 이상 기온으로 눈도 오긴 했지만, 정말 들은 대로다. 워낙 들은 게 있어서 기대를 안 해서인지, 어라~ 생각보다 지낼만하고, 괜찮다.
우선, 비 오는 게 너무나 당연하니, 그냥 일상이 돼버린 것.. 비가 안 오면 날씨가 너무 좋은 게 돼버리는 거다. 거기다가 해라도 나면 대박이다.
결정적으로, 여기 비는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그 특유의 비 비린내가 없다. 그래서 비를 맞아도 별로 안 찝찝하다. 그래서인지 비가 와도 별로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비를 맞고 나서 그 옷을 그대로 말려도 냄새가 없다. 큰 비가 아닌 이상 우산을 안 써도 괜찮다. 후드 달린 점퍼면 오케이다. 그 옷 그대로 놔뒀다가 다시 입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나=귀차니스트)
4시부터 해가 지는 건, 처음엔 적응하기 좀 어려웠는데, 슬슬 그것도 적응이 되었다. 해가 일찍 진다고 크게 불편할 거야 없지만, 어차피 비도 오고 해서 아이가 밖에서 못 노니까 별 상관이 없는 거다.
사소한 문제는, 일단 깜깜해지니 저녁을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거다. 나도 모르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먹으려고 보면 5시.. ㅎㅎㅎ
저녁시간이 길다 보니 지루하고 심심한 게 좀 문제라서 학원도 보내고, 방과 후 수업도 두 개 신청하고, 도서관도 가고 그러면서 깜깜한 오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런 밴쿠버다 보니, 나의 운전실력도 꽤 향상되었다. 비 안 오는 날 야간 운전도 겁나던 내가, 비 오는 밤 운전까지 하게 되었다는 거 아닌가.. 장족의 발전을 했다.
캐나다에서 첫겨울을 맞고 2011년 새해도 맞았다. 집에서 보는 새해 첫 일출이 너무나 감동이었고, 날씨가 화창하여 모처럼 까치까치 설날 다운타운 나들이도 했다.
새해 첫날에 매년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English Bay에서 '북극곰 수영대회'가 열린단다. 80년 정도 역사가 있다나.. 이 추운 겨울 날씨에 ‘쨍’하게 차가운 바닷물로 그냥 뛰어드는 거다.
해가 나서 화창했지만 날씨가 영하와 영상을 왔다 갔다 해서 꽤 추웠는데, 참 용감한 사람들..
용감무쌍하게 물로 뛰어든 후 추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을 보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으악 추워" 외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있었다. (어떻게든 들리는 한국말.. ㅎㅎ)
구경하는 사람들로 해변과 근처 도로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그 한가운데 한복 입고 있는 대한의 딸 울 김만수.. 새해라고 제규 엄마의 아이디어로 한복을 입고 나간 퓨전 설날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