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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Jul 14. 2021

18_8살의 크리스마스 in Canada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

그곳에 사는 동안 늘 이런저런 행사들이 참 많았다. 다 참여하지 않고 지내는데도 꽤 바빴다. 한국도 그러한데 내가 모르는 건가 ㅎㅎ 특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는 행사도 더 많아졌고 동네가 나날이 화려해졌다. 8살짜리 꼬마에게는 매일매일이 천국이었을 것이다.



11월부터 크리스마스 행사가?

11월 중순이 넘어가는 시점 어느 주말 산타 퍼레이드가 열렸다. 늦여름부터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걸 보고 뭐 이리 빨라 그랬는데, 11월에 산타 퍼레이드라니 ㅎㅎㅎ


해마다 에드먼즈 초등학교 근처에서 길을 막고 행진하는 행사라는데, 이번에도 또 스카우트 캐나다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누구나 참가 가능한 행사라고 하여 제규도 함께.. 제규는 산타, 만수는 루돌프로 변신..


소방차들도 어찌나 예쁘게 치장을 했던지.. 캐나다 현충일에도 행렬 중에 소방차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소방차도 함께..



11월의 산타 퍼레이드



아이들을 위한 행사 같지만, 사실은 모든 시민을 위한 시민들의 행사이고, 남녀노소 모두 모두 재미있게 즐긴다는 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인 듯.



비버 스카우트 입단식과 Christmas Potluck Party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새내기 비버 스카우트들의 정식 입단식이 있었다. 모자에 다는 비버 꼬리도 받고, 스카프랑, 배지도 세 개 받았다. 바느질 하기 엄청 힘들었다는..


입단식이 끝나고, 학교부터 걸어서 동네 로히드 몰에 기차를 타러 갔다. 로히드 몰 안에는 크리스마스라고 도네이션(기부)에 의해 운행되는 기차도 설치해놓고, 산타할아버지도 앉아 계신다.

기차도 타고, 산타할아버지한테 사탕도 받고..


정식 비버가 된 날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는 스카우트 모임에서 저학년 비버와 고학년 컵 스카우트 대원들이 다 같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potluck party라 하여, 각자 집에서 먹을 것을 한 가지씩 만들어 와서 같이 먹고 즐기는 파티. (이 나라는 파트럭 파티 참 좋아하는 것 같다. 2년 동안 꽤 여러 군데에서 파트럭을 했다.)


그날 낮에는 버나비 교육청 주최로 그라우스 마운틴에 유학생 소풍을 다녀왔는데, 곤돌라도 타고 눈썰매도 타고 왔다는 아이가 피곤한 기색 없이 저녁에도 또 엄청 잘 논다. 오랜만에 컵 스카우트 언니 오빠들과 다 같이 노니까 좋은 모양.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김밥이라, 파트럭 메뉴는 김밥으로 결정! (캐나다에서 난 김밥 장인이 되어 왔다) 소풍 도시락을 싸느라, 이미 아침에도 김밥을 쌌고, 도시락 싸면서 울 만수는 아침 메뉴도 자연스럽게 김밥이었다. 그런데, 울 김만수.. 저녁때 파티 음식으로 김밥을 또 쌀 때 남은 꽁지들도 드시더니, 파티에 가서도 그 많고 다양한 음식들 중에서 왜 하필 엄마의 김밥을 드시냐고.. 어떻게 하루 종일 김밥이냐고요.. 맛있어서 그랬다나.. 암튼.. 웃긴 애다.



Breakfast with Santa

12월 초 토요일 오전에는 "Breakfast with Santa(산타와 함께 아침식사를)"이라는 행사가 아이 학교에서 열렸다. 한 달쯤 전에 티켓(1인당 2달러)을 미리 구입해서, 기부할 음식을 갖고(여기는 먹을 것 기부가 참 자주 있는데, 주로 통조림이나 쌀, 파스타 같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기부하라고 한다), 각자 먹을 접시 수저, 컵 등을 직접 갖고 와서 핫케익을 아침으로 먹는 행사다. 핫케익만 있는 건 아니었고..  


정말 놀라운 것은 소방관들이 와서 핫케익을 굽고 있었다는 것.. 이 행사가 아이 학교만의 행사는 아니고, 커뮤니티 행사이기에, 이 동네 소방관들이 와서 봉사하는 것. 정말 이 나라는 자원봉사의 나라고, 도네이션(기부)의 나라라는 느낌.



학교 gym에서 열린 Breakfast with Santa



아이들은 이것저것 만들기(crafts)나 게임 같은 행사도 있었고, 식사가 다 끝났을 즈음에 산타할아버지가 연예인처럼 짜잔 등장하셔서 한 명 한 명 선물도 주고 사진도 찍는다. 첫 해에는 영어가 짧아 산타할아버지와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이듬해에는 산타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꽤 나눴다는.. 아침도 배부르게 잘 먹고,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끔 생각나는 그리운 행사 중 하나다.  



말 농장 오픈하우스

크리스마스 이벤트 중 울 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말 농장에서 오픈하우스 행사가 있었다. 이런저런 볼거리도 있고, 선착순 50명에게 공짜로 말을 태워준다는 말에 혹하여, 제규네와 함께 일요일 아침 부지런 떨어 말 농장에 갔다. 우리 집에서 5~10분 거리 정도밖에 안 되는데, 완전히 시골 느낌.


선착순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생각하고 일찍 가서 줄 서려고 했던 건데, 이 나라는 정시가 돼야 줄도 설 수 있단다. 추운데 괜히 일찍 갔다.


울 만수 차례가 되어 큼직하고 듬직한 말에 올랐는데, 이 말이 울 딸이 타자마자, 갑자기 난폭 말로 변신.. 마구마구 날뛰며 제멋대로 난리 부르스를 추는 거다. 갑자기 비상사태, 아수라장.. 말 코치들도 당황하고, 사람들은 oh my God! 을 외치며…


하지만, 용감무쌍 김만수.. 울지도 않고 의연한 표정으로 말 잡은 끈을 꽈악 잡고 버티는 것이 아닌가.. 역시 붕어의 힘!! (우리 딸이 뱃속에 있을 때 내가 붕어즙을 많이 먹어서일 거라고 맘대로 추측..)


무사히 내려온 후에 말 코치님들과 주변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울 만수에게 awesome과 great을 남발하며 온갖 찬사를 한다. 영웅 탄생!


사고라도 났음 어쩔 뻔했는지.. 십년감수하고, 결국은 작은 포니로 갈아타고, 안전하게 몇 바퀴 돌았다.






Christmas Carnival

버나비에 있는 고등학교(Secondary) 중 하나인 버나비 노쓰 세컨더리(Burnaby North Secondary)에서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의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카니발을 열어준다고 해서 가봤다.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보고 갔는데, 마침 제규네 집 근처에 있는 학교라서 제규랑 함께..



Burnaby North Secondary_Christmas Carnival



언니 오빠들이 손수 준비하여 어린 동생들을 위해 게임도 해주고, 같이 crafts도 하고.. 이 나라는 정말 별게 다 있다 싶다. 우리나라라면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고등학생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꼬맹이들 불러다가 파티를 해주고 놀아준다는 게. 그것도 손수 다 준비해서 말이다.


이민자분에게 들은 얘긴데, 딸이 고3인데 맨날 밤 12시가 되어야 들어온다는 거다. 우리나라 고3도 공부하거나 학원 갔다가 12시에 들어오기 일쑤겠지만, 캐나다의 고3 아이는 그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그때가 한창 운전면허를 따는 시기라서 운전면허 따고 나서 운전이 신나고 재미있어서 차 갖고 나가서 놀다가 늦게 온다는 거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 우리 딸이 한국에서 고3이 되어보니 그 얘기가 얼마나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인지 알겠다. ㅎㅎㅎ



온통 크리스마스 라이트 데코레이션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에는 길거리를 다닐 때마다 서양의 크리스마스는 이런 거구나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집마다 어찌나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았는지.. 밤이 되면 정말 루미나리에가 따로 없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때 봤던 시청 앞 루미나리에보다 더 아기자기해서 예뻤다.


어떤 집은 사람들이 마치 관광지 구경하듯 그냥 저벅저벅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 구경을 한다. 가끔 도네이션을 받기도 하는데, 정말 너무나 환상적인 장식을 한 어떤 집은 어린이병원에 도네이션을 하라고 앞에 통을 두었었는데, 너무나 예쁘고 정성이 지극하여 도네이션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우스(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작게든 크게든 많은 집들이 자기 집과 정원을 전등으로 예쁘게 장식해놓아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심지어 어느 집이 가장 장식을 잘했나 뽑아서 상을 주는 행사도 매년 있단다. 또, 밤에는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 보러 가는 투어 상품도 있다고..



마지막 사진의 산타가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장식이 너무 재밌다



엄마 산타

모든 엄마 아빠들의 고민,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

선물은 뭘 사고 어디에 보관했다가 어떻게 줄지 제규 엄마와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제규네 집에서 sleepover를 하며 아이들이 잠든 다음에 엄마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선물을 두고, 아이들이 당일 아침 일어나 짜잔! 선물을 발견하게 하자는 게 엄마 산타들의 계획이었다. 카드까지 준비했는데, 일부러 영어로 쓰고 엄마 필체 눈치챌까 봐 다 대문자로만 ㅎㅎ


희망에 부풀어 쉽게 잠들지 못하다가 잠든 두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뛰쳐나가 트리 아래 선물을 발견하고는 환호성과 함께 희열과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 어쩔 줄 몰라하던 그날의 그 아이들이 떠오른다.


“내가 이거 갖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아셨지?”

“산타할아버지는 다 아시지..”

“엄마는 산타할아버지 봤어?”

“엄마도 못 봤어.”

“산타할아버지한테 고맙다고 편지 써야지.”


ㅋㅋㅋ 이보다 재미있는 코미디는 없다.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께 고맙다고 편지를 써서 창문에 붙여두었다는.. 하늘에서 보시라고.. ㅎㅎㅎ



문법은 엉망이지만 말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닌가 ㅎㅎ



한국에 돌아온 10살의 크리스마스는 잔인했다. 아슬아슬하게 크리스마스가 지난 어느 날, 학원에 갔다 온 아이가 말한다.


“엄마, 애들이 이상한 소리 해. 산타할아버지가 없대.”

“어머, 애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야..” (올 것이 왔구나..)

“그치? 애들 이상해.”


그리고 또 며칠이 흐른 후,

“엄마, 애들이 자꾸 이상한 말 해. 산타할아버지가 자꾸 없대. 산타할아버지가 엄마 아빠래..”


이런 일이 세 번 이상 반복되니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만수야...... 애들 말이 맞아…”

“헐, 진짜야? 엄마가 산타였어?”

“응”

“헐, 그럼 tooth fairy도?” (이빨이 빠진 날 머리맡에 이빨을 놓고 자면 tooth fairy(이빨 요정)가 와서 이빨을 가져가고 대신 금화를 놓고 간다는 전설 ㅎㅎㅎ 캐나다에서 이것도 내가 했다)

“응 그것도 엄마였어.”

“tooth fairy가 내가 놨던 쿠키도 드셨는데?" (머리맡에 tooth fairy 드시라고 우유와 쿠키를 놓고 잤다는..)

“엄마가 먹은 거지..”

“으앙~~~”


하늘이 무너졌고 그렇게 동심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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