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비만 온다던 밴쿠버에 우리가 간 그 해 11월에 첫눈이 왔다. 전날 밤 어찌나 무섭게 흩날리던지.. 학교는 걸어갈 수 있으나, 걸어갈 수 없는 학원은 못 가나 싶었는데(한국 선생님이 하시는 주산학원을 막 다니기 시작했었다), 아침이 되니 다행히 해가 나고, 창밖으로 보니 도로는 눈을 치워서 다닐 만했다.
첫눈 온 다음날 아침. 나무가 많아서 창 밖 눈 온 풍경이 엽서 같다.
며칠 안 가 11월의 두 번째 눈이 왔다. 그냥 눈이 아니라 폭설이었다. 10센티 이상 온 것 같다. 덕분에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학교는 걸어서 갔다 오고, 학원은 못 갔다. 기온은 토론토보다도 낮고.. 여기 밴쿠버 맞아?
눈 온 뒤에 아파트에서 보이던 눈 덮인 산에 눈이 더 쌓인 것이 보인다. 산등성이가 마치 흰 구름 같다.
하교 시간 3시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던 그날 오후를 잊을 수 없다. 눈밭을 걸어가는 건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걷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눈 덮인 숲은 인적도 드물고 온통 하얀 세상 속에서 눈 내리는 소리만 들려 마치 꿈속의 세상 같기도 하고 <아바타> 같은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 신비한 느낌이었다.
11월의 두 번째 눈.. 아이 데리러 학교 가는 길에
학교에서 눈썰매를?
눈 속을 걸어 학교에 도착하니 새로운 경험이 또 기다리고 있다. 학교 바로 맞은편 언덕이 눈썰매장이 되어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놀이터가 되어 있다. 캐나다가 아이들한테는 천국이구나 느끼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닐까. 눈 오면 그냥 동네 언덕이 눈썰매장이 된다는 거.. (물론 한국에서도 도시에 살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서울 살다 오니 이런 게 감동스럽다 ㅎㅎ)
사진엔 잘 안 보이지만, 이렇게 노는 와중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나는 우산 쓰고 1시간 반을 그냥 꼬박 서 있었다는... (사실 우산 쓴 사람은 나뿐.. 여기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산 참 안 쓴다. 나도 서서히 우산에 연연하지 않는 습관이 생기긴 했다. )
친한 HJ의 눈썰매를 같이 타고 놀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울 딸 자기도 하나 사달란다. 서울에서는 눈썰매 한번 타려면 큰 맘먹고 에버랜드나 서울랜드라도 가야 하는데, 눈은 기대 안 하고 온 밴쿠버에서 김만수 정말 신났다.
눈썰매장으로 변신한 학교 맞은 편 언덕
2달러에 타는 아이스 스케이트
캐나다에서는 스케이트와 수영이 가장 흔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곳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레슨도 시간 별로 많고..
아이스링크를 구비하고 있는 community centre에는 종종 Toonie Skate(투니 스케이트)라고 하여, 2달러만 내면 입장도 되고 스케이트도 빌릴 수 있는 특별 서비스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대신 시간은 1시간 정도만 탈 수 있다.
루니(loonie)는 1달러짜리 동전, 투니(toonie)는 2달러짜리 동전을 말하는데, 가끔 '루니 스케이트', '투니 스케이트'라고 하여 저렴히 탈 수 있는 행사 같은 게 커뮤티니 센터나 스포츠 센터 등에 있다.
어느 날, 제규네와 함께 가까운 코퀴틀람 포이리어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투니 스케이트를 갔다.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오랜만에 같이 타봤는데, 피겨스케이트는 없다고 하여 하키용을 빌려 탔더니, 이게 생각보다 잘 나가질 않아서 꽤 힘들었다.
투니 스케이트라 사람이 꽤 많은 듯
울 만수는 인라인을 타던 게 도움이 됐는지 꽤 잘 탄다. 이때부터 알아보았다. 나보단 운동신경이 월등히 좋다는 것을… ㅎㅎ 아주 다행이다. 1시간 정도 탔는데, 아주 재밌었단다. 인라인보다 재밌다고.. 김연아 언니가 되겠다나.. 꿈도 많다.
캐나다 하면 스키지
캐나다 와서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라는 스키.. 의무감 비슷한 생각에 제규와 함께 2:1 강습을 받게 했다. 강습비에 렌털비에 입장료까지 하니 사실 지출이 엄청나다. 그래도 보람 있게 첫날 3시간을 배우고 나니 곧잘 타고 너무나 재미있어한다.
초급자한테 딱이라는 시모어 마운틴(Seymour Mountain)으로 갔었는데, 첫날은 산에 안개가 너무나 심해서,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았다. 제규 엄마가 운전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미국까지 보인다고..
시모어 마운틴 스키장 풍경
우리나라 스키장과 달리 숲에서 스키를 타는 느낌이다. 스키장이 아니라 야생 자연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마지막 사진은 초보자 코스에 있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밧줄인데, 무빙워크 같은 기능인 거다. 이게 보기보다 힘들단다. 올라오다가 어른들도 종종 넘어지곤 한다. 스키 강사님 말씀, 울 만수는 힘이 좋아서 잘한다고.. ㅋㅋ 둘째 날은 리프트도 8번이나 타고, 꽤 실력이 늘었단다.
엉거주춤 자세는 좀 웃긴걸 ㅋ
딸아이는 3시간씩 이틀 간의 강습으로 초급 수준은 된 듯했다. 밴쿠버는 스키장이 도심에서 가깝고 우리나라만큼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스키장 다니는 게 쉽지 않다. 초등학교 때는 태권도장에서 데려가서 좋았으나, 중고등학생이 된 이후는 일년에 한 번 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래도 그때 배운 실력으로 지금은 중급 정도의 스키 실력은 유지하는 것 같다. 여전히 좋아하고 신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