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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Aug 20. 2021

22_돌고래와 함께 하룻밤을

밴쿠버 아쿠아리움에서의 Sleepover

비버 스카우트 그룹에서 밴쿠버 아쿠아리움에서 하는 Sleepover Program에 참가했다. 금요일 밤에 수족관 안에서 1박을 한다는 거다. 잠자리를 제공하는 건 아니고 각자 침낭을 가지고 가서 수족관 바닥에서 자는 거다. 일종의 수족관 캠핑이랄까. 별 희한한 프로그램이 다 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은 후에 입장하여 우리끼리만 견학도 하고 교육도 받고 자유롭게 구경도 한다는 것이다. 스카우트 비버는 저학년이라서 학부모들도 항상 같이 있어야 하니 나도 덩달아 좋은 구경에 나섰다. 


밴쿠버 아쿠아리움_홈페이지에서 가져옴



같이 스카우트 하는 이민자 엄마가 직장 때문에 시간이 안된다고 하여 내가 우리 딸과 그 집 딸을 데리고 갔다 와야 했는데, 이 수족관이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다 보니 난 한 달 전부터 긴장이 되었었다. 그때는 운전을 시작한 지 몇 달 안된 시점이라 아이 둘을 태우고 어떻게 내가 운전을 해서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하고.. 낮도 아니고 밤에, 그것도 차 많고 길 좁은 다운타운을 내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날씨 좋은 평일 낮에 길을 좀 익혀두려 미리 답사를 한번 가보기도 했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은 밴쿠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탠리 파크 안에 있었다. 막상 우리가 가던 날 밤은 비까지 추적추적.. 어찌나 차선이 안보이던지..  


우리 일행은 아이들, 부모, 리더 선생님들까지 전부 30명 정도.. 방문객들이 다 퇴장한 후 들어간 수족관은 썰렁했지만 어두컴컴한 가운데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는 것이 신비롭기도 했다. 우리만 있다 보니 바닷속에 들어간 느낌도 살짝 나고.. 


맨 처음에는 아쿠아리움 직원들이 아이들을 그룹별로 모아놓고 불가사리나 게 같은 이런저런 바다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게 하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적은 인원만 있으니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밤 10시에는 수족관에서 제공해주는 간식도 먹고 자유롭게 수족관을 구경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끔 갔던 수족관을 떠올려보면, 항상 많은 인파에 휩쓸려 다니고 인기 있는 펭귄이나 돌고래 같은 애들 앞에서는 줄 서서 빨리빨리 사진 찍기 바빴는데 이게 웬 호사인가.. 





우리가 잘 곳을 지정받고 보니, 어머 어머 어머!! 아니 여긴 돌고래 수조 앞이 아닌가..  그것도 그 유명한 벨루가!!!  저 예쁜 흰 돌고래와 함께 잔다고? 다들 흥분 흥분.. 각자 가져온 침낭을 나란히 깔고 돌고래를 바라보며 자는 경험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롭고 흥분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족관이나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지만, 수족관 내의 은은한 불빛 아래 마치 밤 바닷속에 있는 듯 조용히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면서 잠든 그날 밤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날 밤 함께한 돌고래



아침이 되어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쿠아리움을 나왔고, 쌀쌀한 겨울바람 속에 무사히 집으로 귀환했다. 남의 집 귀한 아이까지 데리고 비 오는 밤 다운타운까지 운전하여 가서 무사히 하룻밤을 지내고 왔다는 안도감과 잠은 잘 못 잤지만 참 희한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다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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