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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참 좋은 사람들

제선 형, 명란 누나, 택일 아우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선희 -인연-   

  

십 년 넘게 민턴을 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고 헤어지고 잊고 했다. 누군가는 좋은 인연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구는 악연으로 잠시 만났다가 바람처럼 후 하고 사라져 간 사람도 많다. 

오랫동안 민턴을 하면서 내 기억 속에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은 세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제선. 나보다 한 살이 많고 지금 현재 직업은 전라북도 연수원 장학사로 근무 중이다 

형을 처음 만난 건 김사랑 전용구장에서였다. 그때는 형이  지금처럼 중년의 후덕한 아저씨가 아니었다. 키 184cm의 장신에다 머리숱도 많고 어려 보이는 형이 나보다 동생인 줄 알았다. 훤칠하다.  

    


파출소 교대 근무 때라 퇴근 후에 김사랑 전용구장에서 강하늘이라는 코치에게 따로 개인 레슨을 받을 때인데 시간대가 같아 우리는 자주 보았다. 중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라는데 목소리도 나긋하고 대화하면 차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친해져서 술도 가끔 마시고 여름이면 계곡으로 애들과 함께 물놀이도 즐기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질감, 아빠로서 고민 등을 나누며 깊은 사이가 되었다.   

   

둘 다 책을 좋아해 아직까지 종종 연락을 하고 있다. 언젠가 형이 배드민턴 가방과 멋진 티를 선물해 주었는데 난 바보라서 형 마음을 모르고 덥석 받기만 했다.  그때 나도 답례를 했어야 했는데.....


암튼 내 맘속 민턴 만남 선연인 사람 연제선. 민턴 대신 테니스로 전향을 했다는데 부상 없이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형은 마주 하고 있으면 조용한 절간에서 마시는 녹차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두 번째 선연 명란 누나. 나보다 두 살 많은 69년 닭띠 생.

한마디로 인정 많고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와서 회원들에게 나눠 주는 마음이 넉넉하고 통 큰 누나다. 코로나 이후 나는 군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지만 누나는 여전히 익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클럽에 운동 나가서 본 누나는 코트나 플레이 문제로 누구랑 다툰다거나 같은 편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천사 같은 누나다.

해마다 가을이면 김제 넓은 황토밭에서 직접 배추로 김치를 담가 잊지 않고 한 통 챙겨서 꼭 건네주신다.       

태석한 일상에서 엄마 같은 포근함을 가지고 있고 초급자 게임이라고 대충 치는 법이 없는 민턴에 진심인 누나. 누구나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저번 통화 때는 부사관 간 딸 자랑을 늘어놓길래 우리 아들도 곧  특전사 부사관을 갈 거라고 말해 줬다. 

"누나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장수 민턴 하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  

   

세 번째 선연 임택일 양띠 79년 44살  

동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민생 민사 민턴에 살고 민턴에 죽는

민턴 마니아다. 민턴에 대한 사랑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민턴에 빠져 장가가는 걸 잊어 아직도 싱글일까? ㅎㅎ

     

택일이의 고향은 군산 선유도이다. 같은 직장동료이며 직장 내 민턴 동아리 회피 클럽 회원이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건장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드롭샷이 환상적이며 생각보다 몸이 날렵하다. 


어느 해 여름날 직장 내 클럽 동료들과 택일이네 선유도 본가를 놀러 간 적이 있다.     

부모님께서 70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자식 동료들이 왔다며 반겨 주셨다. 삼복더위에 각종 해물요리와 알이 꽉 찬 간장게장, 각종 섬 나물을 정성껏 준비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시고 열명이 넘는 인원들을 아버님 낚싯배에 태워 바다낚시를 시켜준 고마움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어쩌면 나는 그날 두 분의 모습에서 일찍 돌아가신 엄마 아버지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그런 자애로운 부모님 밑에서 잘 자란 동생이니 인품이야 더할 나위 없겠지.

     

사람을 좋아하던 동생이 얼마 전 클럽 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간관계가 꼬여 다소 침울해져 있어 안타깝다. 그런 동생에게 한마디 위로를 전하고 싶다.     

“택일아! 다 지나가. 네가 있어 십 년 넘게 해피클럽이 존재할 수 있었고 우리 들은 반짝이는 별이 되었다. 그리고 선한 끝은 있다고 했으니 남은 니 인생은 항상 행운이 함께 할 거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더불어 산다. 민턴 클럽에 나가면 맘에 드는 사람도 있고 괜히 주는 것 없이 얄미운 사람도 있다.

내 나이쯤이면 하늘의 위치는 몰라도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이기적이고 고집 센 사람인지 금방 안다.

     

힘든 사람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있을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그래야 웃을 일이 많다. 

민턴으로 맺어진 이 소중한 선연들을 오래도록 가져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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