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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유치한 편 가르기

싸우면 돈이 나오냐?

너 나나나 나나 너나 똑같은 인생

지지고 볶고 살아보아도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 

낮은 곳에 내려놓고 웃으며 살아보자      

너나 나나 –진시몬-     


무더운 여름날. 그날도 어김없이 아내와 아이들 저녁밥을 챙겨놓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한 낮 온도가 33도를 웃돌았던 저녁 체육관은 열기로 후끈했다. 삼복더위에도 민턴에 대한 열정들은 뜨거워 이날 따라 운동 나온 회원이 너무 많았다. 


민턴을 치기 위해서 사람 편성을 해놓고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마치 맛집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전국 대부분 학교 체육관 코트는 세 개 아미면 네 개라서 코트 한 개는 레슨을 하고 나머지 세 개 코트를 게임 코트로 주로 쓴다. 레슨 없는 날은 네 개 코트를 다 쓸 수 있어 그나마 여유가 있다. 

                                                      구장위의 편싸움

갑자기 1 코트에서 여자회원과 머리가 벗어진 잘 치는 A급 남자 회원이 막말을 하며 소리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1 코트는 조명이 좋아 셔틀콕이 잘 보여 A급 들이치는 코트인데 C급이 왜 들어와 게임을 치냐며 싸움이 일어났다. 


“똑같은 회비 내고 운동하는 건데 뭔 계급 사회도 아니고 A급 C급이 어디 있어 사람 차별하냐?” 삼덕이 누이 도지지 않았다. 

※ 나중에 알았는데 코트 다툼으로 시작해 큰 싸움이 나서 경찰을 부른 클럽도 있었다     

민턴을 시작하고 구력이 5년 이상 넘어가면 여자 선수들도 자존심과 깡들이 웬만한 남자들을 거뜬히 능가한다.


말리지 않고 그대로 두면 큰 사달이 날 것 같았다.          

운동하는 클럽에서 항상 즐거운 일만 있으면 좋을 텐데 슬프게도 민턴 세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클럽도 사람 사는 곳이라 편 가르기가 많고 집행부의 회장 라인, 경기이사 라인 뭐 이딴 것들이 있다. 내편 만들기가 불러온 유치한 짓거리 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인간관계를 파괴시킨다. 

    

건강을 챙기고 즐기려고 운동을 시작했다가 이런 한심한 꼴들을 한 번씩 보고 나면 편협하고 덜떨어진 인간관계에 실망하여 기껏 비싼 돈 들여 장만한 민턴 장비들을 팔고 운동을 접는 사람들도 부지기 수다.  

      

이날의 다툼도 알고 보니 집행부 회장 라인과 평 회원 중 머리 벗어진 상수 아저씨 라인 사이에 이미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던 감정의 앙금들이 남아 있다가 여자 회원으로 인해 드디어 폭발을 한 것이었다. 

     

결국 코트 싸움으로 상수 아저씨 파 12명이 동시에 단체 탈퇴를 해버리고 짐을 싸서 우르르 다른 클럽으로 옮겨갔다. 클럽이 휘청거렸다. 코치까지 함께 떠나자 레슨을 통해 한창 실력이 늘고 있던 나는 직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민턴 세계에는 임원진이라는 것이 앗다. 매년 12월이 되면  투표를 통해  회장이 선출되고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회장에 취임하기로 되어있다. 신임 회장은 자기 사람을 쓰려고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선을 지키며 운동만 하면 되는데 감투를 쓰면 묘하게 내 사람 만들기에  집착을 한다.

      

학창 시절 반장 부반장 하다못해 줄반장도 한 번 못해봐서 감투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클럽 집행부 임원 자리에 목을 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10년째 민턴을 치고 있지만 감투 욕심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한심한 꼴을 보고 있으면 기가 차다. 

초보 신입 회원이 입회를 하면 내 밑으로 줄을 서지 않고 나랑 친하지 않으면 게임도 잘 잡아주지 않는다. 신입회원이 술이라도 한 잔 사주면 염치가 뭔지도 모르고 그 회원을 끼고돌며 감싸준다. 밥, 술 안 사주는 사람은 항상 비주류다.

      

이게 도대체 사람 사는 세상에서 할 짓은 아닌 것 같은데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고 완장차면 사람이 변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밖에서는 알아주지도 않는 무형의 죽창을 휘두르느라 맛이 간 사람을 여럿 보았다. 

    

갑들이 만들어놓은 내 편이라는 울타리가 그 울타리 안쪽을 선택받지 못한 대부분의 을들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고 크고 작은 일이 터진 후 뻔한 변명을 늘어놔도 이미 마음 다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온전히 치유해줄 약이 이 세상에는 없다.

        

어리석은 감투 욕에 눈이 멀어 집행부가 라인 만들기를 멈추지 않고 알량한 권력욕에 취해 오만 방자해지면 그 클럽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일반 회원을 무시하는 클럽의 집행부는 필요 없다. 지구 밖으로 꺼져야 옳다.      

클럽에 나가면 줄타기 편 가르기 이런 것들 하지 말고 그냥 제발 민턴만 즐깁시다. 우리들은 모두 스포츠 맨입니다. 

호박 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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