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중에 제일은 사람복
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 인연
시절 인연 - 이찬원 -
마흔두 살 처음 클럽 가입은 집에서 차로 15분 넘게 걸리는 조금 먼 클럽으로 운동을 다녔다. 지인과의 인연으로 다녔던 클럽이라 다니기는 했는데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면 운동 나가는 것이 귀찮고 힘들었다
.
언제든 클럽을 옮긴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눈치가 보여 차마 쉽지가 않았다. 그때 만난 코치가 공 코치라고 선수 출신은 아니고 익산에서 실전 경험으로 특 A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나보다 두 살 어린 코치였다.
싹싹한 성격은 아니었어도 꼼꼼해서 초보가 알아야 할 지식들 라켓 잡는 법, 코트네 포지션 잡기, 민턴 예절들을 기본으로 클리어 스메싱 드롭샷 푸시 헤어핀 등을 잘 가르쳐 주셨다.
어렵게 회장님께 집 근처 클럽으로 옮겨야겠다 고 말씀드렸다. 1년 6개월 정도 다녔던 정든 클럽을 떠나면서 아쉽고 서운하고 몹쓸 험담도 당했지만 솔직히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클럽으로 옮기고 나니까 여러모로 편리했다. 운전을 안 해도 되고 집에 무슨 일 이 있으면 즉시 대응이 가능해서 좋았다.
힘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인연
달빛 클럽으로 옮긴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이 깊었는지 코트 때문에 싸움이 나서 내가 가르침을 받고 싶었던 코치도 덩달아 다른 클럽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클럽을 옮긴 보람이 없게 되었다. 그때 그 허탈함과 실망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컸다.
물빛 클럽에서 마땅한 코치를 영입하지 못하다가 선출이라는 젊은 24살짜리 코치가 한 두 달 하다가 짐을 싸서 갔고 또 원광대 체육특기생이 코치로 와서 4개월 가르치다 페이가 안 맞다고 떠났다.
코치마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다르고 기술을 전수해 주는 방법이 달라 적응할 만하면 떠나는 그들이 야속했고 속이 상했다.
배드 민턴 레슨이라는 것도 학창 시절 공부랑 다름없어 한 스승 밑에서 꾸준히 배워야 성취가 빠른데 자꾸 바뀌는 코치님들 때문에 내 민턴 실력은 정체가 되어 한동안 발전이 없었다.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았어도 열정이 넘쳤던 그때 나는 D급 탈피, 초보 탈피의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야간 근무 후 김사랑 전용구장에서 강하늘이라는 잘 가르치는 코치가 있다고 해서 비싼 돈을 주고 레슨을 신청해 생체 민턴인들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백 클리어 랑 백 대각 드롭 등을 배웠다.
김사랑 전용구장에서 만난 내 가슴속에 가장 깊이 자리한 인품 좋은 제선 형도 그때 만났다. 가르쳐 준 만큼 진도를 빼지는 못했지만 뭔가에 빠져 미친 듯 몰두하고 노력하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 일상이 즐거웠다
.
결국 강코 치도 개인 사정으로 4개월 정도 가르치다 짐을 싸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다.
‘민턴 바닥에서 좋은 스승과 나는 인연이 없구나’
포기를 하고 레슨의 부족함을 게임량으로 커버하기로 마음먹었다.
야간 하고 퇴근 후 김사랑 전용구장 가서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집 옆 달빛 클럽에 나가 주구 장창 민턴을 쳐댔다. 꾸준한 출석과 게임 수 증가로 실력이 늘었다.
마땅한 파트너가 없어 대회 출전을 고민하던 중 인성 좋은 도현이 형이 내 파트너로 자리 잡으면서 클럽 창단 최초 40대 D급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 초보 딱지를 떼 버리고 그해 C급으로 멋지게 승급했다.
십 년 민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멋진 순간이었다.
배움이란 끝이 없다고 하는데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 정말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을 잘 만나면 목표를 빨리 이룰 수도 있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배님을 만나면 없던 자신감도 생겼었고 메너 좋은 고수를 만나면 기술은 물론 이거니와 코트 안 올바른 메너 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클럽에서나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재물복과 관운이 아무리 좋고 넘쳐도 인복에는 비교하지 못한다.
사람을 잘 만나면 없던 운도 생기고 사람을 잘 못 만나면 넘지 던 행운도 살아지고 불행만 남는다.
인생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 자고로 사람을 잘 사귀어야 인생이 고운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