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나비 Aug 16. 2022

60대 이무기 팀 격파

돈보다 힘이 센(?) 구력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해 뜰 날 - 송대관-    

  

레슨을 시작한 지 4개월. 하루도 빠짐없이 클럽을 나가고 주 3회 레슨을 꾸준히 받자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조금씩 코트 안에서 플레이가 날카로워졌다.

     

처음 클럽 가입 때 무참하게 깨졌던 두 선배분께 다시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게임 잡아 주시라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코트에 들어섰다.   

  

두 사람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아 왔고 여러 가지 공격 패턴을 머리에 그리며 나름 대비를 해놓았다. 게임이 시작됐다.

선배님들의 십 년 구력을 커버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만이 해결책.

약간 야비 하지만 작정하고 여자 선배 쪽으로 높고 긴 하이 클리어로 계속 밀어붙였다. 힘에 밀린 여자 선배님은 대각으로 틀어서 볼을 걷어냈다. 

     

파트너는 대각으로 짧게 오는 공을 미리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간결한 푸시로 때려 손쉬운 득점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전반 스코어는 13대 12 최선을 다했으나 승패는 아직 오리무중. 

역시 무시하지 못할 구력, 민턴장에서 구력은 주먹 센 깡패요 파괴력 좋은 스커드 미사일이다. 

      

코트를 체인지하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파트너와 후반 게임을 위한 긴급 작전 회의를 마쳤다. 다시 코트에 들어섰다. 남자 선배님의 허를 찌르는 높고 긴 롱서브에 전 후진 스텝을 아직 완벽하게 밟지 못해 점수를 계속 내주고 있었다.  

    

25점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 23대 23 용호상박 예상은 했었지 10년 구력의 선배님들을 몇 개월 만에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상대방의 서브 실수로 한점 선취 24대 23.     

서브는 내가 넣어야 하고 여자 선배님이 리시브를 해야 할 차례.


나는 잠시 망설였다.

메너 없는 놈 소리를 듣고 뒤로 멀리 보내는 롱 서비를 넣느냐?  짧은 서브를 넣고 다음 공격 기회를 기다리며 메너를 지키는 젠틀한 신사가 될 것인가? 마음 약한 나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공식 대회를 나가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만용을 왜 부렸을까?

매일 보는 클럽 선배님이라서, 아니다 게임은 이기고 봐야 한다 지는 것도 습관이라는데 파트너가 원한에 찬 강력한 레이저를 쏘아 보낸다. 

  

피를 말리는 1점 차 승부. 24대 23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남자 선배님이 회심의 폭포수 같은 드롭샷을 귀신도 모르게 살짝 날리 셨는데 그만 네트에 우아하게 걸리셨다.  하 하 하


여자 선배님에게 롱 서브 안 넣길 잘했다. '역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해' 암 두말하면 입 아프지 ㅋㅋㅋ      

파트너와 나는 얼싸안고 승리를 만끽했다. 

클럽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C급 이상의 고수들이 한 마디씩 한다. “저 팀 드디어 초보 탈출하는구먼”  

   

살아가다 보면 여러 분야(공부, 기술, 시험, 자격증, 운동 등등)에서 일가를 이루거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라는 게 있다.  일종의 통과의례 인 셈인데 이 클럽에서는 두 선배님이 관문이었다.      

그동안 왕초보라는 이유로 클럽에 나가도 게임에 잘 끼워주지도 않고 클럽 내 D급 게임에서도 번번이 찐따를 당하며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했는데 이제 떳떳하게 본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놈의 민턴이 뭐라고? 도대체 무엇이 길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도 아닌데 이 승리가 이렇게 가슴이 뛰냐고 ㅎㅎ     

왕초보 탈출. 이제부터 나는 대한민국 생활체육 배드민턴 동호회 당당한 D급이다.  


10년 구력의 노 선배님들을 꺾었다는 것은 내 레벨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해 준다. 낮에 퇴근하면 김사랑 체육관으로 가서 오전 10시부터 13시까지 운동을 했고 저녁에 퇴근하면 클럽에 나가 주야장천 셔틀콕을 쳐댔다.  거의 민턴에 미쳐 있었다. 

    

이제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마흔 살 넘어 중년의 문턱에서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활의 모든 면에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적어도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맙다 민턴아!!                     

이전 18화 코치도 인연 따라 만난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