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길도 가게 되더라
좋은 길은 보이질 않고
지친 세상에 사람들 보며 욕심을 버린 후 알았네
인생이란 –윤시내-
배가 부르면 동작이 둔해지고 순발력이 떨어질까 봐 저녁식사를 거르고 민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나에게 딸내미가 한마디 한다.
"아빠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두 번은 갔겠네. “
ㅋㅋ 맞는 말이다. 타고난 운동신경도 별로인데 나이 마흔이 넘어 어쩌다 민턴에 꽂혀서는.
52살이 되고 나서는 힘 좋은 젊은 후배들과 힘든 게임을 하거나 정해놓은 게임수를 초과하면 다음날 여지없이 허리가 고장이 난다.
집 앞 병원에 누워 침으로 꽂고 불 부항을 뜨고 찌릿찌릿 전기고문(?)을 당하면서도 민턴을 포기 못하고 있다.
시속 300킬로가 넘는 셔틀콕을 때렸을 때 빵 하고 터지는 소리 손 끝에 짜릿한 타격감이 느껴지며 마음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스트레스가 저 멀리 사라진다.
무더운 오늘도 50분을 운전해 군산에 있는 체육관에 도착, 가벼운 몸풀기를 시작으로 오늘도 민턴을 시작한다.
내 나이 올해 쉰두 살. 절친 후배 인성이는 반 백 살이라 놀리기도 하고 함정 동생 영웅이는 신 중년이라고 응원도 해주는 그런 나이.
많은 것을 내려놓기에는 아직 젊은것 같고, 뭔가를 열정적으로 시작하기에는 자신감 결여로 다소 어정쩡하고 애매한 나이.
민턴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약수터에서 민턴 치는 어르신들 플레이 정도 생각하고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이 민턴이란 운동이 접근은 쉬어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 난도 높은 운동임을 금방 깨달았다.
구력 10년이 넘었는 데도 타고난 운동 체질은 아닌 탓에 큰 대회 입상은 못하고 소소하게 거주하고 있는 행복시 40대 D급 우승을 한 게 경력의 전부이다ㆍ
직장 근무 여건상 매일 나가지는 못하고 딱 반백살의 나이에 맞게 무더운 날씨에도 건강을 위해 주 2~3회 정도 나가서 열심히 민턴을 하고 있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민턴에 열을 올리며 코트 안에서 셔틀콕을 쫓아다니는 회원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저놈의 민턴이 뭐라고.
민턴 동호인 인구 300만(?) 등산, 축구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생활 체육중 하나이며, 라켓을 잡고 민턴의 세계에 뛰어드는 순간 중독성이 너무 강해 웬만해서는 운동을 접거나 다른 운동으로 이탈하지 못하는 고약한(?) 매력이 있다.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앞만 보고 냅다 달리다 보면 넘어져 다칠 수 있다. 때로 쉬어가기도 하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잘 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배드민턴의 각종 플레이들은 우리네 인생을 많이 닮았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가 잘 풀릴 때는 송곳 같은 스매시로 나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강력함이, 인간관계로 갈등을 빚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네트 앞에 살짝 떨어뜨리는 드롭 같은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한해 한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쉰 중년.
동호회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오래도록 함께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쉰 중년이 아닌 건강하고 신나는 중년을 꿈꾸며
라켓을 휘두르니 마음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