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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Jun 05. 2023

그  해삼은 주인이 있습니다

결국은  고운 말 

 

파출소  2 일째 근무날,   모 어촌계 어민이라며 민원신고를 했다.

“타지 해루객 들이 관내 양식장에 들어와 무단으로 바지락을 캐고 해삼을 털어가고 있으니 현장에 나와 단속을 해주시오”

 

연안구조정 (18 톤, 고속정 )을 타고 나가 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어민과  외지 관광객 모두를 불러 모은 후 양쪽 입장을 차례차례 들어보았다.

 

경험 상 이런 상황에서 해루질 객들의 대답은  99 퍼센트 거의 대답이 뻔하다

“양식장인 줄 몰랐습니다” ( 순진무구형 )   “뭐 나만 이런가요? ” ( 뻔뻔형 ) ”바다가 다 어촌계 건가요? “ ( 적반하장형 )

몰라서 양식장에 들어가 채취한 해산물들 ( 해삼,   소라,   바지락 ) 치고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해루질 객들이 양식장에 들어와 해산물을 포획하면 절도죄로 처벌을 받는지를 따져 물어야 할 시간

 

육지 땅에서는 네 것 내 것 내 물건 남의 물건 소유주가 있으면 남의 땅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면 절도죄로 깔끔하게 처벌을 받지만 바다는 사정이 확연하게 다르다.

 

어촌계에서 종패를 뿌려놓은 바지락 양식장 혹은 해삼 양식장에 해루질 객들이 들어가 무단으로 채취를 하는 경우에도 고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절도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법리를 따져 다만 수산업법으로 처벌을 할 수는 있다.

 

 


이유는 대법원 판례가 바다 양식장에서 해산물을 훔치는 행위 ( 해상절도 )를 처벌을 하려면 그 양식장 안에 서식하는 모든 해산물들이  100 퍼센트 인공물이어야 하는데 바닷속에는 인공적으로 키우지 않은 천연 자연해산물들이 정해진 구역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해도 자유롭게 문어도 넘어오고 해삼도 자생하고 전복도 바닥에 붙어 많이 있다.   또 스스로 플랑크톤 같은 해초를 먹고 자란 다양한   해산물들이 양식장 밑에서 꼬물꼬물 살아서 잘 기어 다니며 서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바닷속 천연 해양생물 들은 한 곳에 조신하게 동작 그만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물이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식장 구역설정이 사실 큰 의미가 없고 해상절도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즐기려는 자와 보존하려는 자 사이 늘 다툼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다.

심지어 지금 이 계절에 어촌계 어민들은 양식장을 털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낮에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 조를 짜서 배를 타고 나가 양식장 주변에서 보초를 서는 고단한 생활들을 하고 있다.    

 

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법조항을 악용해 전문적으로 양식장에 접근하는 못된 빌런들이 제법 많다.

 

현장에서 적발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을 알고 어촌계 양식장에서 어민과 시비가 붙어도 뻔뻔하게 난 몰랐소 하고 오리발을 내밀거나 

바다에 사는 게 전부 당신들 해산물이냐며 억지를 부리는 해루질 객들과 지역 어민들과의 다툼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골머리가 아프다.

원칙을 고수하며 무작정 처벌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처벌을 바라는 어민의 입장을 모른 체할 수도 없어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제복의 힘을 빌어 나서서 적당히 중재를 하고 초범인 경우에는 계도를 하고 대부분 돌려보낸다.

 당연히 어촌계 분들에게는 양식장 표시를 확실하게 해 주시라고 당부를 하고 난 후 현장에서 철수를 한다.

 

수년간 비슷한 종류의 민원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나갔을 때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법보다 먼저 접근해야 할 마음과 예절이 분명히 있다.   타인의 양식장에 들어가서 범법행위를 해 놓고도 무조건 모르고 그랬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야간 절도범 들과  해루질객들의 뻔뻔한 (?)   태도가 어민들의 뒷목을 잡게 한다.

 

그냥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면 간단히 끝날 일을 대한민국 바다가 전부 니네가냐?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등등 도리어 큰소리를 치니 주인 입장에서는 천불이 나고 기가 찰 노릇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레저활동을 빙자하여 소중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도 뻔뻔하게 큰소리를 치고 나오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인간의 탈을 쓴 무개념 빌런들로 보인 다는 것이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인간은 늘 무력하다.

 

다만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독한 허탈감과 무력 감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는지 모른다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가 닿으려는

진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가슴 한구석에 작은 운주당을 세워 봤으면 한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  말의 품격 -     이기주

 

 

각종 해산물 수확철이 되면서 여기저기 민원신고도 많이 들어오고

바닷바람을 즐기려는 자와 생계를 위해 야간 자체 보초를 서는 자들 사이에서 날 선 말들이 오고 가며 다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위도의 해삼 수확철은  6 월 중순까지 예상된다.   수온이 예년보다 차가워 그 수확 기간이   2 주 정도 늘어났다.

 

과거에는 자유롭게 허용되었던 바다의 포획행위 장소가 갈수록 줄고 있어 주말과 연휴를 즐기려는 해루객들의 불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생계가 우선이니 가급적 정해진 곳에서 포획활동을 하시고 어민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는 멀리 있는 법으로 해결하려고 상하각지 말고 손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인

 

고운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사과로 경찰 불러하기 전 일이 커지기 전에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아끼고 다툼으로 인한 감정소모도 사전에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지극한 진심은 오뉴월 서리가 내리게 하는 매서운 여심도 녹이는 법이니까.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멀리서 보면 평온해 보이지만 바다를 접하고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바닷속 수많은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유영하는 것처럼 치열하기만 하다.

 


인간들의 추한 아귀다툼은 모른 체 위도해수욕장 너머로 떨어지는 서해 붉은 노을은 오늘도 곱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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