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밀도

by 이작가

20년 지기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장벽을 허물곤 한다.


평생을 함께 해 온 가족에게 미안한 맘이 들지만 때론

어제 사귄 친구가 더 편할 때도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더 즐겁다.


오랫동안 날 알았던 사람들은

나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 인생을 결정 지으려고 한다.

그리고 훈계하며 나를 단정 짓는다.


나를 모르는 사람은

나를 규정하지 않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나를 인정해주며 나를 나 자체로 봐준다.

그래서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편하다.


나를 오래 알고 있다고 나를 다 알 수 없고

나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지혜롭고 성숙한 게 아니듯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관계가 다 깊이 있고 밀도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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