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에 충실한 편이다. 행복도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따분함도 질투심까지 예민하게 반응한다. 잘 웃고 잘 울고 짜증도 좀 내고 즐겁고 행복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또 웃는다. 그래서 나에게 하루 중 행복한 순간을 뽑으라고 한다면 쉴 새 없이 30분 이상은 말할 수 있다. 아들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있다. “엄마, 엄마는 목사님이랑 교장 선생님이랑 배틀 붙어도 이길 것 같아.”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어떤 주제로 이야기해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한 건 안 비밀!!
아침에 일어나 남편이 진한 커피를 가져다주며 볼에 키스할 때,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러 들어가 뽀뽀를 하는데 아이들 입에서 달큰한 입냄새가 날 때, 맛없는 아침을 맛있게 먹고 빈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는 가족을 볼 때, 산책길에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학원 아이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하거나 숙제를 다 해왔을 때, 점심을 먹고 난 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얼음을 오독오독 씹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늙지도 않는다며 빈소리를 할 때, 신호등 앞에 서자마자 초록불이 켜질 때, 붕어빵 아주머니가 이쁘다고 붕어빵 하나 서비스로 주실 때,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때, TV를 켰는데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재방송할 때..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이 정도는 누구나 느끼는 행복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린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 맞다. 초점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에 따라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불쌍한 사람이 되기 싫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행복할 거리들을 헌터처럼 찾아다닌다. 그렇게 찾아다니는 연습을 하다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숨 쉬며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의 요건들이다. 행복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아직 내가 소개하지 않은 행복한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행복은 가족을 통해서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자연에서 느끼는 행복이었다면 지금 내가 소개할 행복은 나와의 만남을 통한 행복이다.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를 통한 행복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관계를 통한 행복도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나를 통해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는 없지만 피아노 연주곡 듣는 것을 좋아한다. 조용한 밤에 어울리는 연주곡을 조용히 들으며 감상에 젖는다. 그냥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는 것뿐인데 그런 나 자신이 좀 멋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러다 갑자기 부활로 간다. 나는 부활이 좋다. 가사가 좋고 마음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 내내 마음을 가만두지 않는다. 어느 날은 Top 100을 스트리밍으로 듣기도 한다. 들어본 노래도 있지만 들어보지 못한 노래도 꽤 된다. 요즘 인기 있는 음악을 더 들어봐야겠다고 다짐 하지만 이번엔 성시경이다. 음악을 들으며 음악과 하나 되는 시간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아끼는 만년필로 필사도 한다. 그러다 기분을 더 느끼고 싶으면 맥주 한 캔이나 와인 한 잔을 마셔도 좋다. 여름이라면 레몬 소주도 좋다. (여름에 마시는 레몬소주의 맛은 정말 최고다. 지금은 겨울이니까 레몬 소주는 다음 기회에.)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아 손가락이 근질거릴 때가 온다. 반드시 그 순간이 온다. 행복이 정점에 오른 바로 그 순간이다. 그때는 흰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가득하다.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를 때 생각의 빠르기를 손이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내일 아침이면 싹 다 지워질 운명이라도 상관없다.
달빛과 별빛에 홀린 듯 이끌린 나는 뭐라도 끊임없이 끄적이고 싶다. 내 몸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다. 나는 글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나고 그 글 속에서 나를 느낀다. 글 안에 존재하는 나는 오직 나로만 존재한다. 나는 감정을 잘 느끼고 또 잘 표현하는 사람이다. 나는 끊임없이 삶의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이다. 이제 나에게 행복은 집착을 넘어 삶 자체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의 모든 삶 속에서 더 자유롭고 더 즐겁고 더 행복한 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 삶에서 찾아낼 것이다. 더 행복한 방법을 찾는 것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바로 자신 그 안에 있으니까. 파랑새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자신 안에서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는 그 녀석을 고개를 돌려 찾기만 하면 된다. 내 행복은 내가 찾고 내가 지킨다.
언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나요?
항상 느낄 수 있어요.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