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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l 03. 2020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또라이

이런 게토레이~

 과장은 유명한 또라이였다.


이런 유의 회사원이  대개 그러하듯,  과장은 인격 존중의 콘셉트가 부재된 말솜씨로 많은 사람의 기분을 잡쳐놓기 일쑤였다고 한다. 여 직원은 당연히 무시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비정규직이라면 부장님이라도 '끕'에 맞지 않아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알려진다.


 과장과 일해본 동료들 대부분 울분을 토하거나 분을 참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과장과 같은 프로젝트도 같은 팀도 아님을 다행으로 여겼다. 안타깝지만 나에게도  과장의 또라이력(?)을 맛 볼 기회가 왔다.


어느 날  과장으로 부터 메일을 수신했다. 당연하게도 타 프로젝트의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업무 메일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내 이름과 비슷한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주소록에서 비슷한 이름이라 잘못 선택했으리라. 그의 악명을 알기에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히 회신했다. 잘못 보내신 것 같다고. 간결하고 예의 바르게.


한참 후  과장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 과장은 고압적인 말투로 어쨌든 메일을 수신을 했으면 'Follow up'을 하라고 했다. 순간 내가'Follow up'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지 의심해야 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면서.


잠시간 혼미했던 나는 정신을 차린 후, 나는 당 프로젝트 인원이 아니, 심지어 조달팀이 아닌 예산팀 소속이며, 예컨대 이언재 씨에게 보내실 메일을 이재언인 나에게 보내신 것 같다고까지 설명했지만  과장은  말에 귀를 기울여줄 아량이 없었다.


나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내려놓아 버렸다. 잠시 동안은  전화선을 뽑아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입소문  맛집이나 이름난 명소 직접 가보면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본의  맛집 탐방을 하게 되어 입안이 까끌했다.  과장은 과연 또라이 맛집이었다.



김 과장은 상스러운 또라이란 말대신 게토레이로 순화하여 사용했다. 출처 네이버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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