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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l 02. 2020

점심시간에 동화를 씁니다.

따뜻한 언어로 위로하는 시간

회사원에게 점심시간이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시간만은 아닐 것이다. 오전의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오후를 위한 에너지를 북돋는 시간이 아닐까. 유투브를 보며, 잠을 자, 운동을 하며, 수다를 떨며 어떤 흐름을 잠시간 끊어내는 그런 거.


나는 최근 점심시간에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나 소설을 써도 좋겠지동화를 쓰기로 했다. 되도록 밝고 따뜻한 동화를. 동화를 쓰다 보면 오전 내 하청사를 갈구던 전 부장의 고함소리도, 팀원들을 모두 눈치 보게 하는 팀장의 깊은 한숨소리도 내 안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너무 많은 어른의 언어를 듣고 생각하고 또 말한다. 그것들은 지나치게 삭막하고 때론 전투적이기까지 해서 서고 차갑다. 실적, 보고, 성장, 개척, 절감, 강화, 역량, 조직 등 뭐하나 느긋하고 따뜻한 언어가 없다. 그러다 잠시 멈추어 서서 착해요, 사랑해요, 행복해요- 같은 문장을 적어내면, 오전 내 경직되었던 마음이 말랑해지고, 오후를 버텨낼 기운도 솟는다. 점심시간의 그 잠시 동안만이라도 따뜻하고 보드라운 언어로 채우고 싶.

 

그렇게 몇 편의 말도 안 되는 동화를 써 내려갔다. 다 쓴 것도 있고, 쓰다만 것도 있고. 동화 속에서 나는 아기가 되기도 하고, 강아지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정의로운 꼬마가 되기도 한다. 그 안에 담긴 단어들은 몽글몽글하고 따뜻해서 회사원인 나와는 저만치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거리만큼의 묘한 안정감 같은 걸 느낀다. 내 동화 속에는 지하철 출퇴근의 고단함도, 막막한 업무를 앞둔 부담감도, 사내정치질도, 눈칫밥도, 없다.


나의 동화 <아기가 된 하리> 를 읽고 친구가 그려준.  (김임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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