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의 회사원이 대개 그러하듯, 정 과장은 인격 존중의 콘셉트가 부재된 말솜씨로 많은 사람의 기분을 잡쳐놓기 일쑤였다고 한다. 여 직원은 당연히 무시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비정규직이라면 부장님이라도 '끕'에 맞지 않아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알려진다.
정 과장과 일해본 동료들은 대부분 울분을 토하거나 분을 참지 못하고 울었다.나는 정 과장과 같은 프로젝트도 같은 팀도 아님을 다행으로 여겼다. 안타깝지만나에게도 정 과장의 또라이력(?)을 맛 볼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정과장으로 부터 메일을 수신했다. 당연하게도 타 프로젝트의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업무 메일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내 이름과 비슷한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주소록에서 비슷한 이름이라 잘못 선택했으리라. 그의 악명을 알기에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히 회신했다. 잘못 보내신 것 같다고. 간결하고 예의 바르게.
한참 후 정 과장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 과장은 고압적인 말투로 어쨌든 메일을 수신을 했으면 'Follow up'을 하라고 했다. 순간 내가'Follow up'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지 의심해야 했다.'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면서.
잠시간 혼미했던 나는 정신을 차린 후, 나는 해당 프로젝트 인원이 아니며,심지어 조달팀이 아닌 예산팀 소속이며, 예컨대 이언재 씨에게 보내실 메일을 이재언인 나에게 보내신 것 같다고까지 설명했지만 정 과장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줄 아량이 없었다.
나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내려놓아 버렸다. 잠시 동안은 전화선을 뽑아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입소문 난 맛집이나 이름난 명소는 직접 가보면 이유를 알게 된다. 나는 본의아닌 맛집 탐방을 하게 되어 입안이 까끌했다. 정 과장은 과연 또라이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