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옥과 순재가 함께 살기로 했지만 여전히 데면데면한 현경과 자옥이 마음쓰였던 순재는 사위 보석을 불러 둘 사이를 회복할 수 있는 감동이벤트를 하기로 한다. 그 결과 순재와 보석은, 체육교사 현경의 10년 근속상 수상을 축하하는 가족모임을 열기로 하고 그 자리에 자옥을 초대한다. 가족모임 날, 쑥스러워하는 현경의 수상 소감을 들은 후 보석과 순재는 자옥에게 축사를 하라고 부추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옥이 축사를 하는 중 신애와 지훈이 방귀를 연이어 뀌게 되고, 자옥 본인도 말을 하던 중 갑자기 재채기가 터져나와 속눈썹이 콧잔등에 떨어져서 분위기는 점점 어수선해지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세경이 접시에 담아 가져오던 파전을 실수로 엎지르는 바람에 순재의 머리 위로 파전이 날아가 얹히면서 결국 현경과 자옥의 화해 시도는 어이없이 중단되고 만다.
그 날 이후 콩국수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여전히 어색했지만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콩국수를 먹는다. 한 겨울에 콩국수를 먹으러 온 이유를 묻는 자옥에게 '그냥요'라며 마음을 열지않던 현경은 자옥의 진솔한 고백에 자신도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을 꺼내 놓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자옥은 "엄마 생각이 났어. 우리 엄마, 나 소학교 때 우리 버리고 도망갔거든. 그날 낮에 콩국수를 해 주더라. 그날 콩국수가 참 비렸던 기억이 지금도 나. 그 이후로 다른 국수는 다 먹어도 콩국수는 안 먹었는데....아까 낮에 청소하다가 다 버린 줄 알았던 낡은 사진 하나가 나오더라구. 엄마 사진... 다시 버렸어. 그런데 이상하게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더라."
촉촉하게 눈가가 젖은 자옥의 말에 이어 현경도 털어놓았다. "울엄마도 콩국수 참 잘 하셨어요. 엄마, 병원에서 돌아가실 때 전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놓은 콩국수를 먹고 있다가 지훈이한테 그 소식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엄마 생일이예요."
울컥하는 현경의 손을 자옥의 손이 따뜻이 감싸 주었다.
얼마 전에 유튜브 영상에서 15년 전 쯤에 큰 인기를 끌었던 국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한 에피소드를 보게 되었다. '콩국수로 대동단결'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유튜버가 올린 영상이었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방송 당시에 몹시 감동했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었다.
올해는 유난스레 콩국수가 자주 먹고 싶었다. 어제 먹었는데도 오늘 또 먹고 싶을 만큼......
콩국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니 나이가 들어 입맛이 바뀌었나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간 시트콤 한 편을 보고 나서 음식은 '추억'이며 누군가에게 어떤 음식 한 그릇은 '그리움'이라는 것을 진하게 느꼈다.
아무리 먹성이 좋은 사람이어도 각자에게는 특별히 먹기 싫은 음식이 있고 또 어떤 음식은 참으로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나름의 취향이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개인의 취향은 오로지 그 음식의 맛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추억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왜 내가 올 여름 콩국수에 대한 갈증으로 허덕였는지 알게 되었다.
몇 년전 여름, 늘그막에 이사를 하신 부모님과 새 집에서 함께 먹었던 콩국수가 몹시도 고소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과 국수집에서 콩국수를 먹기 시작하고 집에서 콩국수를 해 먹기 시작한 것은 그 날, 새 집에서 친정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콩국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바쁜 일상과 저질 체력을 핑계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과 두 분에 대한 그리움이 콩국수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난 것임을, 참 둘러둘러 이제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