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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Oct 22. 2024

주는 사랑, 받는 마음 : 엄마의 반찬(1)

7. 어떤 여자의 음식 이야기

"엄마, 저 이번엔 일요일이 나이트 근무 마지막 날이라 그날 근무 마치고 바로 내려갈게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아들이 직장으로 인해 먼 곳으로 독립해 나간 다음부터 나의 일상에 한 가지 일이 더 추가되었다.

다름 아닌 아들의 자취 생활을 돕기 위한 '밑반찬 만들어 주기'


대학 졸업 후 일 년 가까이 취준생으로 있으면서 우리 아들은 참 여러 가지로 나와 남편을 도와주었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서 설거지와 청소, 빨래하기와 쓰레기 버리고 분리 수거하기 등등....

음식 하는 것을 제외하고 그 애가 안 해준 집안일이 없었다. 다만 음식은 아직 서툴러서 라면 끓이기와 압력 밥솥으로 밥 짓기, 참치김치찌개와 카레라이스가 아들이 할 수 있는 가지 요리 목록이었다. 

어쨌든, 취업 준비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기특하게도 아들은 티 하나 내지 않고 눈치껏 알아서 집안일을 열심히 해 주었다.  


이후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한 아들에게 나는 물어보았다.

그동안 부모 대신 집안일하면서 괜히 서럽지 않았느냐고.

아들은, 그나마 집안일이라도 열심히 했기에 자신의 멘털을 관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수많은 회사에 서류를 보내 필기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최종 불합격의 숲'을 헤매는 동안 불안과 우울은 언제나 그의 곁에 머물면서 잠시라도 방심하면 침범하여 '무기력의 늪'에 빠뜨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방법 중의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 정돈하기와 설거지였다고 하니 어미인 나로서는 참, 지금도 고맙고 대견하다.




그나마 밥이라도 지을 줄 알기에 아들이 먼 곳에 가 있어도 내 마음은 든든하였다. 즉석밥이 있다고는 하나 아들은 직접 밥을 지어먹고 싶다고 했다. 작은 압력밥솥을 사서 밥을 지으면서 비로소 부모를 떠나 독립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 느낌은 아마 뿌듯하기도 하고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을 듯싶다.

오래전 내가 그랬듯이.

엄마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고 건강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며 힘들 때 위로와 같은 것임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혼자서 챙겨 먹을 수 있다는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얼음 채운 아이스박스에 넣어 직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아들의 손에 들려 보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아들은 스타일 구겨진다는 둥, 손에 짐이 있으면 불편하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아이스박스를 들고 KTX에 올랐다.

자신과 같이 직장 생활 중인 엄마가 시간을 내어 밑반찬을 만드는 모습 보기가 힘스러웠는지 아들은 이번만 가져가고 '다음'부터는 밑반찬을 가져가지 않고 자기가 알아서 해 먹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되자 웬걸, 아들은 다시 엄마의 밑반찬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매번 맛있게 시켜 먹을 메뉴도 없고 - 지역이 달라서인지 음식의 맛이 고향과 다르다고 한다. -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서 돌아와 음식을 해 먹는 것도 귀찮기만 하더란다.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배달시켜 놓고는 냉장고에서 썩히기도 해 봤고 동기들과 밖에서 음식을 사 먹으니 덜 외롭고 좋긴 한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더라고 했다. 그저 엄마의 밑반찬을 작은 접시에 덜어 두고 자기가 직접 해서 냉장고에 넣어 둔 잡곡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니 제일 간편하고 돈과 시간이 절약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 다음부터는 더 정성껏 만들어주고 싶어졌다.

이것도 만들어 넣어주고 싶고 저것도 만들어 넣어주고 싶고......

부피가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캠핑용 아이스박스를 사려고 했다가 나를 관찰하던 남편이 제지했다.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싸 주라는 남편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기억.......

나의 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님의 반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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