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Aug 05. 2023

여름, 아이

<말 短> 계절의 노래


외동아들은 여름에 태어난 아이다.


2014년 8월

나는 조리원에 가져갈 캐리어를 채우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뽑아놓고

면수건을 10장씩 사서 한번 빨아 말려 개키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뭐 그리 유난이었을까 싶지만

곧 만날 아이에 대한 기다림에

뭔가 엄마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아홉 달 동안 한 몸으로 품고 있었지만

그 끈을 끊는 순간 비로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사이 아닌가.


그렇게 싸고 풀고를 반복한 캐리어는

언제나 현관 앞을 지키고 있었다.


8월 말 드디어 출산의 낌새를 눈치채고

캐리어를 끌고 집 밖을 나서던 씩씩했던 발걸음이

그대로 마음속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그렇게 나는

소중한 여름 아이를 만났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소낙비와 모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