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쨍쨍한 대낮이었다.
매미들이 제 존재를 목청껏 뽐내던 여름의 중턱.
느닷없이 소낙비가 쏟아졌다.
일분 정도, 아주 짧고 강력했기에
더위슬 식히기는커녕 불쾌지수만 높인 소낙비였다.
아스팔트 위 후끈한 비 냄새가 폴폴 피어올랐다.
분명 그때부터였다.
후드득 내린 빗방울처럼
똑똑 늘어진 내 모공의 탄생말이다.
한번 늘어진 모공은 주름살 같은 것.
다시는 팽팽하게 돌아오지 못하더라.
소낙비는 여전히 해마다 퍼붓고
내 모공도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