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Aug 05. 2023

여름, 뙤약

<말 短> 계절의 노래


맴... 맴... 맴맴매애애애애맴....

집에 가는 길이다.

내가 걷는 건지, 땅이 움직이는 건지

가히 뜨거운 찜통 속에 담겨 있는 듯


'30분은 됐겠지?'

핸드폰은 고사하고 시계 하나 없는 8살 아이는

친구와 헤어지고 타박타박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분명 오늘도 책가방 위에 송충이가 꾸물거릴 거야'

아이를 생각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드디어 우리 집이 보인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쨍했던 시야가 어둑해지면서 눈앞이 핑 돈다.


한여름 하굣길은

아찔한 엷은 현기증으로 마무리된다.


냉장고 안 델몬트 주스병에 담긴

시원한 보리자 한 잔이면 금세 나아졌다.


엄마가 벌게진 내 볼을 비비면서 내어놓은

지금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막힌 맛의 미숫가루가 그립다.


그 시절 뙤약볕은 유난히도 그리 뜨거웠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파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