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Sep 03. 2023

나에게 보내는 편지 #2

<별숲 에세이>10년 후의 내가 보낸다


일단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넌 꽤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어.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미세한 죄책감은

한 번에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덜어내라고 말해주고 싶어.


정말이야. 넌 충분했어.


이제 막 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

그 마음은 점점 커질 것이고

오히려 넌 겸손해질 거라 믿길 바라.


정말이야. 넌 충분했어.


앞으로도 쭉 너를 토닥이며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씩씩하게 해 나가길 원해.

10년 후의 내가 이리 편지를 보내.




 10년 후의 내가 보내는 이 편지는 일종의 주문과 같다.  스스럼없이 앞으로 10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나에게 어떤 말이 가장 필요한 것일지 생각해 봤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기였다. 스스로 사랑하기. 굉장히 진부한 표현으로 들린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또한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무작정 ‘잘했어’, ‘괜찮아’를 연발하며 내 편을 드는 것일까? 나를 사랑함에 있어서도 기준과 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나를 사랑하기 말이다. 나를 사랑하기와 나만 사랑하기를 헷갈려서는 안 될 나이다.


 요즘 부쩍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준다. ‘우리 딸 똑똑하다.’ ‘한이 잘 키우고 있어.’ ‘한이가 널 닮아서 좋다,’ 나도 그렇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직접 이런 말을 할 성격의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주로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은 할머니가 된 우리 엄마의 이런 응원은 나를 울컥하게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도 괜히 눈물이 고인다. ‘왜 어렸을 때 이런 말을 듣지 못했을까?’. 원망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던 서로의 아픔을 이제야 풀어내며 절대 그 마음을 몰랐던 것이 아니었다고, 다 알고 있었지만 여유가 없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지금 내 나이보다 어렸을 엄마니까.


 신기하게도 은발의 엄마가 아직도 나를 양육하는 느낌이다. 난 여전히 엄마에게 받아먹을 밥이 많은 딸이다. 엄마의 마음에 남아있던 몇 마디들이 지친 중년의 딸에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나는 어른인데도 늙은 어미의 말에 비로소 나를 사랑하게 된다. 엄마가 날 알아준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키운다.

작가의 이전글 나란 사람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