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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몽 언니 Jul 19. 2024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말해줄 거야!

[5] 물건 모으는 그녀의 이유 있는 착각

내가 이토록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아니, 버리다 못해 자꾸 모으는 이유가 뭘까?


기억하는가?

예전에 매일 집 앞으로 배달되던 각종 신문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무가지'라는 이름으로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던

광고들이 빼곡한 메트로, 포커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고

출근길을 장식해 주었던 그, 얇은 신문형태의 종이덩어리 또한 나에겐 하나의 수집물 종류였다.

지금도 가끔 벼룩시장, 교차로로 이어지는 그 종이뭉치를 가지고 오는 내 손모가지는 여전하다.


고속도로를 타면 들르는 휴게소에서도 나의 손모가지는 바쁘다.

화장실만 들르면 되는데, 꼭 홍보용  팸플릿들과 그 지방의 여행안내지도 등을 뽑아 들고 온다.

어느 포럼에 가도,

어떤 플리마켓 가도,

실상 돈으로 주고 사는 상품보다 

나는 이러한 소위 광고의 향연인 전단지 형태의 "종이뭉치"를 

더 깊숙이 내 큰 쇼퍼백에 담아놓는다.


브로슈어, 팸플릿, 전단지..

언젠가 20대의 독서 중에 자기 계발서-(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어디 다이어리에 적어뒀던 기억은 흐릿하게 있는데... 많은 종이더미 속에서 작은 그 메모를 찾을 자신이 지금 나는 없다...)에서 본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때도, 정리에 관한 책이었던 거 같다.


미국의 큰 창고에 쌓아둔 짐들로 괴로워 하는 여자고객을 상담하는 컨설턴트의 코칭이었다.

신박한 정리의 '이지영'대표의 비슷한 일을 하는 컨설턴트였나 보다.

그녀의 많은 짐박스들을 정리하면서, 많은 서류더미들을 보면서 

그 원인을 분석해 낸다. 그 정리를 의뢰한 그녀는 몇 년 전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그녀는 해고당한 이유가 납득이 안되며, 일을 잘하는 본인을 증명해 주는 증거물들로 창고 가득 모아둔 본인의 기획서와 서류들을 몇 년이 지나도 못 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박스들을 없애면, 그녀의 경력과 능력도 버리는 것 같다는 의뢰인을 그 컨설턴트는 어떻게 코칭해서

비우게 했는지는 ,,,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챗GPT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해 주었다.


컨설턴트: "당신의 노력과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이 서류들이 당신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혹시 다른 방법으로도 당신의 능력과 경력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뢰인: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이 서류들 없이는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요."

컨설턴트: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이 서류들은 과거의 당신을 증명해 주는 자료일 뿐이에요. 하지만 당신의 진짜 가치는 지금의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달려있어요. 이 서류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요?"

의뢰인: "새로운 시작이라...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이 서류들을 다 버리는 건 두려워요."

컨설턴트: "모든 것을 한 번에 버리기보다는 천천히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중요한 서류는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고, 나머지 서류들은 천천히 정리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당신의 마음도 함께 정리해 보는 거죠."

의뢰인: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는 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면 서류를 버려도 마음이 덜 불안할 것 같아요."

컨설턴트: "맞아요. 그리고 서류를 정리하면서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그 성과들은 서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경험과 능력으로 남아있어요. 앞으로도 그 능력을 바탕으로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 물건이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내가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았으며, 그래서 그것보다 더 잘 해낼 능력이 있다는 자신을 믿는 용기가 바로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지난 연재글을 통해서도. 오늘 챗 GPT가 보여주는 처방전에서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짠~하고 바뀔 수는 없다.


천천히 꺼내보고.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서 마음으로 정리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통과해야만 한다.


내가 미국을 가고 싶으면,

인천공항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가야 하고

공항에서 각종 수속을 밟아야 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고

비행기를 타는 두려움을 겪어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건에 집착,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내면의 가치, 꾸준함의 과정을 즐기는 미니멀한 여자가 되기를 추구하는 삶,,, 아득해 보이지만,


시작이 반이다.


그리고 난 브런치 이곳에서 시작했다. 이미...


그러니,,, 나.. 야!

자, 오늘부터

팸플릿 한 움큼을 꺼내서 

그 마음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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