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서 말하기가 두려운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사우스림

by 질경이

그랜드캐년은 크게 네 곳으로 나뉘어있다. 그랜드캐년에 가 본사람은 많아도 다 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사우스 림, 좀 외진 곳에 있어 한가하고 5월부터 10월까지만 갈 수 있는 노스 림, 비 포장도로를 몇 시간 달려야 하고 길이 험해 일반 승용차로는 갈 수 없는 투입 토로 윕. 그리고 그랜드캐년을 가르는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가서 만나는 팬덤 랜치.


그랜드캐년을 구경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발로 걸어 내려가며 한편 한편 다른 지층을 보고 느끼기,

노새를 타고 강까지 내려가기,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 보기 차에서 잠시 내려 전망대에서 잠시 보기, 배로 콜로라도 강을 타고 내려오며 래프팅을 하는 것 등등...

열 번을 왔어도 못해 본 것이 있고 못 가본 곳이 있다. 비행기로 내려다보는 것은 해 볼 생각이 없고 래프팅을 해서 콜로라도 강을 내려가는 것은 꼭 해 보고 싶다. 죽기 전에 해 볼 수 있을까?


어느 추운 날,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을 갔다. 눈이 내린 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추웠으나 눈에 덮인 그랜드캐년은 추위마저도 고마워해야 할 만큼 아름다웠다. 계획을 하지 않아 숙소가 걱정이 되었는데 공원 입구에서 래인져에게 물어보니 공원 안 그랜드캐년 빌리지에 방이 있을 거라 하여 숙소 걱정 안 하고 느긋하게 그랜드 포인트에 들어가 해저 무는 협곡을 내려다보았다.

큰길은 눈을 치웠다고 하는데 아직도 눈이 덮여있는 부분이 많았고 낮에 잠시 녹았다가 다시 얼은 부분은 위험할 정도로 미끄러웠다. 우리 바로 앞에 가던 차가 비틀비틀 미끄러지는 걸 보고 나서는 천천히 아주 조심하며 빌리지로 들어갔다.

한 조각 남은 햇살이 시바 사원(Sheba temple)을 비춘다. 보통 때 같으면 몇 달 전에 예약해야나 묵을 수 있는, 캐년이 내려다 보이는 방이 남아있었다. 새벽에 커튼을 열고 보니 오리온과 카시오페이아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눈앞에 있었다. 데스벨리에서 경험했던 옆에서도 별을 볼 수 있는 밤이었다.

아침에 Bright Angel Trail을 아주 조금 내려가 보았다. 이런 날씨에도 계곡 바닥까지 캠핑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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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립공원이라서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광산업자들과 관광업자들이 자릿세를 받고 장사를 했다. 브라이트 에인젤 트레일 입구를 막고 돈을 벌던 캐머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광산업을 하려고 왔는데 기가 막힌 경치를 보고 관광사업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몰려오자 자기 땅도 아니면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허가를 지방정부에서 받아냈다. 대단한 수완꾼이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에도 법을 무시하고 14년 동안 돈을 벌었다. 그는 애리조나주의 상원의원까지 지냈다.

카메론이라는 사람이 길을 막고 입장료를 챙기던 브라이트 에인젤 트레일

그가 브라이트 에인젤 트레일을 점거하고 있어 사람들이 캐년 아래로 갈 수가 없어 국립공원에서는 1925년 카이밥 트레일을 만들었다. 카메론은 대법원에서 무단 침입자로 판결 내렸는데도 몇 년을 더 버티다가 물러났다.


초여름의 그랜드캐년

옛날에는 강물이 붉어 '콜로라도 강'이라 불었다. 지금은 글렌 캐년 댐때문에 침전물이 댐 안에 갇혀 파란 물이 흐른다. 강물 속에 섞여 떠내려 오던 '액체 샌드페이퍼'라고 불렀던 굵은 모래 조각이 없어 더 이상 바위를 깎아내리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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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얀 인디언 유물들,우리가 예전에 쓰던 물건들과 비슷하다.

투사 얀 전망대는 유명한 친환경 건축가 제인 콜터가 설계했다. 그녀는 허밋츠 레스트(Hermits Rest), 팬텀 랜치(Phantom Ranch)와 그랜드캐년 빌리지에 있는 엘 토바 같은 오래된 호텔들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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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ung Park, The First 30 years 050.tif.jpg
그랜드캐년 근처에서 살던 한 소녀와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살던 한 소녀가 참 많이 닮았다는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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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아주 오래전에 살던 사람들은 이런 흔적을 남기고 아주 먼 동쪽에서 온 사람들에게 쫓겨났다. 이런 유적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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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온 세상 사람들이 와서 자연이 해 놓은 일을 보고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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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nothing to mar its grandeur for the ages have been work on it and man cannot improve it.

Keep it for your children, your childrens children and all who come after you.

-Theodore Roosvelt-

"오랜 세월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이 장엄한 것에 나무 것도 하지 마라. 인간이 더 좋게 할 수는 없다.

너희 아이들을 위해 지켜라. 네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모든 이를 위해."

-시오도어 루스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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