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욕망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이론을 포스트모던한 접근 방식으로 재해석한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그의 저서 『욕망 이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간은 생존하는 동안 욕망하며, 욕망이 없다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우리는 일생 동안 어떤 것을 이루길 희망하지만, 정작 목표를 달성하면 희망했던 무언가는 사라지고, 오직 욕망만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쩌면 욕망 자체가 우리 일지도 모른다.
욕심은 욕망과 조금 다르다. 욕심은 욕망에서 더 나아가 무엇인가를 과도하게 바라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욕망은 특별히 부정적인 의미를 품고 있지 않지만, 욕심은 부정적인 정서와 한 덩어리를 이루기 쉽다. 과도한 욕심을 가진 사람은 사회적으로 골칫거리로 취급되곤 한다. 당연하다. 인간 사회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공감과 협력을 통한 사회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욕심은 언제나 지양해야 할 것으로 취급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여름 방학 때 이야기다. 내 기억에 우리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넉넉하게 용돈을 주시지 못했다. 대신에 매일 아침 50원만, 100원만 이러면서 어머니께 손을 벌리는 편이었다. 용돈이라는 이름의 큰돈을 받는 경우는, 삼촌이나 이모 등 친척분들이 오셔야 겨우 가능했다. 어느 해 여름 방학 때 산수 성적이 안 좋았던 나를 어머니는 명문대에 다니던, 인천 이모네 Y 누나에게 부탁하셨다. 이모네를 가기 전날 밤, 어머니는 혹시 급히 돈 쓸 일이 있으면 요긴하게 쓰라고 하시면서 1,000원까지 주셨다. 내게는 엄청 큰돈이었다.
다음 날 이모네 오고 나서 안 사실인데, 방학 때 Y 누나에게 과외를 받기로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외삼촌네 사촌 여동생 J도 같은 이유로 이모네에 마침 와 있었던 것이다. 공부를 못해서 나머지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창피했지만,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인데 어때 하면서 어느새 뻔뻔함을 부리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모가 여름 방학이니 가까운 월미도 송도 해수욕장에 가자고 하셨다. 그게 아마도 내가 바다를 본 첫 경험이었지 싶은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떴던 것 같다.
월미도 송도 해수욕장은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바다라기보다는 바닷물을 잠시 막아 놓은 거대한 호수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이 많았고 햇볕은 뜨거웠지만,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김밥 도시락을 풀어놓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이모네는 외동딸 Y 누나 혼자여서 그런지, 아들만 둘인 우리 집과 비교해 도시락의 크기가 앙증맞게 작았던 기억이다. 그것 가지고는 한참 키가 크는 중이었던 내 뱃속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화장실을 간다고 핑계를 대고 수중에 돈도 있겠다, 뭔가 먹을 것 찾아 호숫가를 빙 둘러 다녔다. 마침내, 구내 분식 매점을 발견했고 나는 거기서 핫도그 하나를 사서 먹었다.
허겁지겁 부족한 배를 채우고, 호수를 빙 둘러 다시 이모 일행이 있는 곳을 돌아왔는데, J가 호떡을 몇 개 쥐고 먹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대뜸 사촌 여동생에게,
"너만 먹냐? 나도 줘! "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모가,
"K야, 너는 아까 저기서 핫도그 먹던데? 그래서 J 호떡 200원어치 사준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이모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가 빙 둘러 돌아갔던 거대한 호수 맞은편은 나한테만 거대했나 보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주 가까운 곳이었고, 아마도 내가 뭘 사서 먹는지도 아주 잘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저만 배를 쏙 채우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모두들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의 그 창피함이란.... 지나친 나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비천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중 손에 꼽히는 장면이다.
난 욕심을 부리지 않는 편이다. 한동안 어떤 일에 욕심을 부려야 할 때는 종종 이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욕심이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느 면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욕심이 매 순간 필요했다. TPO(Time, Place, Occasion) 즉, 때와 장소와 경우에 걸맞고 과하지만 않다면, 오히려 장려받을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성취를 위해 적당하고 건강한 욕심은 꼭 필요하다. 다만, 속이 너무 들여다 보여 뻔뻔함이 드러나는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내가 그때 이모 눈에 발각(?)이 안 되었다면 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