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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함박눈 내리는 날

소년을 추억하며

오랜만에 함박눈 내린다


오래전 겨울에

자주 그리고 많은 눈이 내렸고

강원도 깊은 산골은 겨울잠을 자듯 잠시동안 세상과 단절되곤 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 그곳

처마 끝에 홀로 앉아

내리는 눈을 보는 것

유일한 일상이었던 소년도 있었다.

 

함박눈이 소담스레 내리 날

소년의 가슴 한편에

알 수 없는 외로움

한송이 한송이 쌓여갔을 것이다.


몇 번의 겨울과 폭설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

가슴속 눈송이들을 녹여내며

소년은 조금씩 단단해 갔으리라.


오늘처럼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그 시절로 돌아가

여전히 처마 끝에 앉아

한송이 한송이

여내고 있을

소년의 작은 어깨에

살포시 내 손을 주고 싶다


애잔지만

그래도 억은 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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