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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추억하며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린다
오래전 겨울에도
자주 그리고 많은 눈이 내렸고
강원도 깊은 산골은 겨울잠을 자듯 잠시동안 세상과 단절되곤 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던 그곳엔
처마 끝에 홀로 앉아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이
유일한 일상이었던 소년도 있었다.
함박눈이 소담스레 내리는 날엔
소년의 가슴 한편에도
알 수 없는 외로움이
한송이 한송이 쌓여갔을 것이다.
더 몇 번의 겨울과 폭설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
가슴속 눈송이들을 녹여내며
소년은 조금씩 단단해져 갔으리라.
오늘처럼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그 시절로 돌아가
여전히 처마 끝에 앉아
한송이 한송이
녹여내고 있을
소년의 작은 어깨에
살포시 내 손을 올려주고 싶다
애잔하지만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