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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May 06. 2024

(아이와 미술관) 2. 백남준 아트센터

육아와 살림에서 잊혀져가는 나를 찾는 기행

오늘은 백남준 아트센터다.

어젯 급하게 선택한 곳으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

아이에게 아침을 먹이고 을 내 백남준에 대해 검색해본다. 종로에서 육의전을 하던 집 아들, 일제시대에 개인 음악선생을 두고 학교에서 영사기를 돌려 영화를 봤다던 말그대로 재벌집 아들이다.

일제시대에 세계일주를 했던 나혜석도

고등학교때 외국에서 유학했던 백남준도

대한민국 상류층 중 최상류층의 이야기라 평범하게 자란 나는 그들의 성장배경을 상상만 할 뿐 구체적으로 그릴 수는 없다.

과연 예술가에게 안환경과 유전자 중 어떤 것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진다.


내 기억 속의 백남준은 지저분한 더벅머리에 바이올린에 끈을 달아 질질 끌고가는 뒷 모습으로 남은 이상한 나라의 아저씨다.

오늘 처음으로 백남준, 그의 예술, 그의 세계 여행을 떠난다.


미술관 외관은 미끈한 검은 띠가 반복되어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마치 티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것 같다.

평일 오전이라 로비는 한산하다.

왼쪽으로 제1전시실 입구가 있다.

"일어나 2024년이야!"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외치는 같다.


백남준은 1984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맞"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위성방송을 기획했다.

기술이 빅브라더로 사람들을 감시하는게 아니라 사람들간 소통의 장될수 있음을 보여줬다.


얼마전에 소설 '1984'를 완독했는데 사회의 계층화, 인간성의 파괴, 세뇌, 감시, 전쟁같은 주요 내용이 내가 사는 2024년을 그대로 보여주것같았다.

과연 클래식은 시대를 넘는 것이구나 싶었다.

특히 주인공의 마지막은 핸드폰과 SNS에 중독된 현대인을 보여주는 것같아 섬뜩하고 서글펐다.

그 소설을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다니 백남준도 이 소설을 매우 뜻깊게 읽었나보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


전시장 전면에는 나무들 사이로 티비가 켜져있고 춤추는 사람들이 나왔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인간 공통 "흥(Groove)"을 통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세계 평화와 자연 보호를 표현하는 작품이었다.

이상한 화면들이 연신 반복되고 티비를 나무 사이에 파묻은 것이 무슨 예술이냐 했었는데 명을 읽고 보니 백남준의 메시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나라 아저씨 백남준이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화면들이 여기저기 있고 굿모닝 미스터 오웰부터 백남준의 TV 첼로, 로봇, TV부처 등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내 시선을 끄는 작품이 '칭기스칸의 복권' 인데 칭기스칸이 세를 휩쓸며 실크로드를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TV, 인터넷 같은 정보통신이 계를 정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가상의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함께 살아가며 자아와 시공간을 초월하는 선적인 경험을 할수 있다는 TV부처는 1974년에,

그보다 더 앞서 1964년에 제작한 로봇 K-456은 원격조종으로 걷고 말하고 배변을 하기도 하는 로봇을 자동차에 치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인간화 모습으로 보여준다.

최근 기업들이 로봇을 앞다투어 출시 중인데 60년대에 이미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다.


5~60년전 봇, 정보통신, TV를 수단으로 인간간 소통, 평화, 자연보호를 얘기했던 반점쟁이 백남준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찾아보니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설명해주는 책도 있지만 인적인 면이 궁금해져 이 책을 골랐다.



제2전시실은 '빅브라더 블록체인' 이라는 제목으로 9명 예술가가 각각 춤, 노래, 사운드, 미디어, 기술, 게임, 노동의 미래를 보여준다.

중앙의 통제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상징으로 예술가에서 관람객으로 체인을 확장해나가며 공동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진다.


VR을 이용해 원룸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는 '원룸바벨',

디지털 세상의 감시를 피하고 싶은 심리를 표현한 '은신처',

AI가 만들어내는 가짜뉴스, 찬송가, 기도 등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여 만들어내는 감정 속에 자신의 것을 잃어버린 ' 음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조용히 감상하고픈 마음으로 미술관에 가는데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려하고 만지려 들어서다.

그런데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반짝이는 화면들, 신기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는지 아이는 소리  번 내지않고 작품 감상에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돌아오는 길 떠올려보니 자꾸 떠오르는 단어...블록체인...

비트코인......

백남준이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지?

비트코인도 부의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지 않을까?

불똥이 이상한 데로 튀었지만 미술관을 열심히 다니다보면 나도 반점쟁이가 될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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