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겪은 은은한 인종차별
때는 일본 정착 3개월 차 때 일이다.
같은 반 유일한 한국인 여자 동생 H와 친하게 지내던 중 나에게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디저트가게의 포장 알바를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승낙후 일본에서의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이 가게는 단독매장과 백화점 지하식품관에 입점해 있는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디저트를 만드는 '주방'이라는 곳과 디저트를 포장하는 장소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포장하는 곳에서 사무업무도 같이 보는 시스템이라 가게에 한자리하시는 분들이 항상 상주해 있었다.
알바는 대부분 주 2~3회 4시간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까다로운 포장 작업과 매의 눈으로 우리를 감시하는 일본아주머니들이 계셔서 열심히 해야 할 일들을 더 열심히 했다. (대부분 알바는 외국국적의 학생들이었고, 간간히 일본인 아주머니들이 계셨다.)
학교가 끝나고 가게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이 겹쳤는데 점심을 만들어주시는 분이 계셔 일본인 아주머니 분들과 함께 먹었다. (점심 만들어주신 분이 인상이 매우 안 좋았는데 알고보니 츤데레에 요리고수이셨고 나중엔 이곳에서 유일하게 정이 가는 일본분이셨다. ) 학생이라 돈도 절약할 겸 언제나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아직은 어려운 일본 아주머니들과의 합석?!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어느 점심시간, 말투가 세고 불친절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이 나와 H에게 대뜸 일본으로 유학올 정도면 집안이 엄청 부자인가 봐! 라며 비꼬는 건지 놀리는 건지 진심인지 모를듯한 말투로 물어봤고 그때 당시 나는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여 아니라며 웃으며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멈추지 않고 주변 아주머니들에게 쟤네들 한국에서 부자집 딸들이라 일본으로 유학왔대 ~ 라며 낄낄 거렸다. 그제야 우리는 일본식 은은한(?!) 인종차별인걸 깨달았다. 나와 H는 반박하며 따져 물을 용기도 없거니와 그저 외노자인 우리가 그 사람을 적으로 둬봤자 좋을 것도 없었기에 소심한 뒷담회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인종차별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주 잠깐 있었던 캐나다에서 처음 겪었는데 매우 기분 나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피부색도 같은 일본에서 인종차별이라니!
하지면 돌이켜보면 나 또한 인종차별이라는 말에서 자유로울까라는 생각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이기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선입견으로 인해 나이가 들수록 나와 다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어진다.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인지하여 극복하는 것이 진짜 인간적 성숙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로부터 나는 태어난 나라를 두고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