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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2. 2020
후각 STUDY
3. 무의식적 후각 기억과 의식적 후각 기억
이 저술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nment
이 글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저술한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각 연구와 아울러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후각 도시디자인, 후각 예술, 전자코, IT와의 연계, 후각 치매진단 프로그램, 후각 교육, 게임,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에 대하여 밝혀두었다. 이미 3차 후각 혁명은 시작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여 후각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감각인 후각을 깨우고 알리기 위해 기초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이다.
*출처 : 후각 혁명, 송인갑, 2020
“어머니는 과자를 가지러 보냈다. 가리비의 홈이 난 조가비 속에 흘려 넣어 구운 듯한, 잘고도 통통한, 프티트 마들렌이라고 하는 과자였다. 그리고 이윽고 우중충한 오늘 하루와 음산한 내일의 예측에 풀 죽은 나는, 마들렌의 한 조각이 부드럽게 되어 가고 있는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 주일날 아침, 내가 레오니 고모의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 고모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 꽃을 달인 물에 담근 후 내게 주던 그 마들렌 작은 조각의 맛이었다.” 주1)
“늙은 요리사가 가져다준 토스트 한 조각을 차에 적셨을 때, 나는 제라늄과 오렌지 나무의 향기를 맡으며 행복이 주는 아주 특별한 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갑자기 그 여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내가 차에 적신 비스코티를 맛보는 순간 내 앞에는 모호하고 무채색인 정원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주2)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란 말이 있다. 프루스트 효과는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것을 냄새를 통해 회상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 효과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저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됐다. 이 소설은 생의 모든 것에 절망한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 냄새에 이끌려 과거의 무의식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고향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냄새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마치 주인공 마르셀이 느끼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두 개의 공간 ‘콩브레’와도 매우 흡사하다. 저자는 동일한 것에 대한 반복적인 오감의 감각을 통한 회상 즉 성사시옹(sensation)과 기억에 의한 회상인 메모리(memorie)로 구분하며, 오감 중에서도 미각과 후각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무의식적인 기억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주3) 다만 프루스트 효과는 무의식적인 후각 기억으로 후각에 대한 기억과 감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으며, 그 후각 기억이 어떤 기억의 케비넷에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후각의 쾌락주의자 프루스트는 4페이지에 걸쳐 냄새나 맛의 형용사를, 쿠키나 차의 향에 대해서는 한마디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후각의 관능적 시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주4)
통상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후각은 무의식적 후각 기억이지만 반복적인 냄새의 기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의식적인 후각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즉 기록이나 회상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 후각 기억을 말하고 있는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은 반복적이지는 않아도 원할 때 되살릴 수 있기 때문에 프루스트식 후각기억보다 더 유용한 저장 수단이 된다. 주5)
그런 의미에서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은 프루스트식 기억보다 한 수 위이다.
핸리 애덤스Henry Adams주6) 의 후각 기억은 의도적으로 맡고 떠올리는 냄새를 이야기한다. 그 냄새는 프루스트식 기억처럼 파묻혀 있는 지뢰가 아니라주7)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의식적인 후각 기억을 말한다.
애덤스의 후각 기억은 그의 저서'교육'에도 분명한 어조로 언급되지만 인간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학습의 기억이다. 그는 자연에서 학습되고 습득한 의식적인 기억으로서의 후각기억을 이야기한다.
애덤스의 의식적인 후각 기억의 논리를 따른 후배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 이 후각 기억을 반영하였다. 그중 하나인 게리슨 케일러Garrison Keillor주8)의 위비곤 호수 시절Lake Wobegon Days소설의 한 장면을 살펴보면 애덤스의 후각 기억을 잘 알 수 있다.
“ 한 아이가 앞에 있는 아스팔트 덩어리를 발로 차면서 아스팔트와 잔디 사이의 험한 진흙길을 따라 랠프의 식품점으로 천천히 걷고 있다. 아이는 네 블록을 지난 후 바로 아스팔트 덩어리에 홀딱 빠져 완전히 몰두하고 있었다, 분젠 자동차 가게에서부터 인도는 시작된다. 호수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이 진흙과 썩고 있는 나무, 희미한 생선 비린내를 가져와 오래된 윤활유, 가솔린과 새로운 타이어, 봄 먼지 그리고 길 건너편 채터박스 카페chatterbox cafe의 뜨거운 참치 요리에서 나는 희미하고 달콤한 방향유 냄새와 뒤섞는다.” 주9)
마르셀 프루스트가 개인적이고 무의식적인 후각 기억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헨리 애덤스는 그의 3인칭 자서전에서 진정한 후각적 회고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즉 의식적 후각 기억을 말하고 있다.
이 기억은 그의 저서 “헨리 애덤스의 교육”의 Quincy 주10) 부분에 자세히 나와 있다. 남북전쟁 발발 전 어린 시절의 냄새를 통해 독자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타인의 코를 빌려 냄새를 맡는다. 주11)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의 범위는 넓다.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를, 고립된 냄새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냄새 풍경을 다룬다.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은 모든 계절을 마음대로 재생할 수 있고 향기를 강조할 수 있는 하나의 필름처럼 편집된다. 주12) 이런 의식적 후각 기억의 훈련은 어릴수록 학습효과가 클 것이며, 다중감각의 능력 개발에 탁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애덤스의 이론인 의식적 후각 기억은 그의 저서 “교육”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소년들은 야생동물처럼 풍부한 감각의 보물을 지녔으며, 특히 그 뉴잉글랜드 소년은 온화한 기후에 사는 소년들보다 더 풍성한 감성을 가졌다. 그렇듯, 그는 자신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느꼈다.
소년 헨리에게 있어 여름은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감각 중에서 후각이 가장 강하게 다가온다. - 몹시 뜨거운 여름날 하오의 열기가 가득한 소나무 숲과 달콤한 고사리 냄새, 갓 벤 건초; 쟁기질한 대지; 울타리; 복숭아, 라일락, 고광나무 주13), 마구간, 헛간, 목장; 바닷물과 갯벌로 인한 늪지; 이 모든 냄새들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후각 뒤에 바로 미각이 따라왔고, 그리고 그 아이들은 페니로얄 주14)과 창포에서부터 피그넛 주15) 껍질과 철자 교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보고 만져본 모든 것의 맛을 알고 있었다.
A-B, AB의 맛 주16)이. 갑자기 60년이 지난 소년의 혀에서 되살아났다. 감각적인 즐거움으로서의 빛과 선, 그리고 색은 나중에 나타났고, 나머지와 같이 천연 그대로였다. 뉴잉글랜드의 빛은 눈부시고, 그 대기는 거칠게 채색되었다. “ 주17)
퀸시에 살았던 어린 소년 애덤스의 스승은 학교가 아니라 뉴잉글랜드의 자연의 법칙이었다. 소년은 저항의 본능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외부 환경은 삶에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했으며, 겨울과 여름, 추위와 더위, 마을과 나라, 힘과 자유, 두 가지 삶의 방식과 생각, 두뇌의 엽(葉)처럼 균형을 이루었다. 그는 도시와 자연, 이성과 감성 등 대치하는 서로의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온 것이다.
“겨울과 여름은 적대적인 삶이었고 두 가지 본성이 교차하였다. 겨울은 항상 살기 위한 노력이었고 여름은 열대성 면허를 가진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풀밭에서 굴러들거나, 시내에서 걸어 다닐지, 소금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가, 바다에서 항해를 하든, 냇가에 위치한 제련소로 낚시를 가든, 소금 습지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든, 숲과 화강암 채석장, 또는 늪지에서 사슴과 사냥한 거북이, 버섯이나 견과류가 있는 가을 언덕과 여름은 항상 관능적인 삶을 제공했으며 겨울은 항상 의무적인 학습과 교육이었다. 곧 여름은 자연의 다양성이었고 겨울은 학교였다.”
1838년 애덤스 가문에 태어난 헨리는 여섯 살이 되던 1844년에 이미 그의 평온한 삶은 변하게 된다. 이것은 보스턴과 뉴욕을 잇는 기차의 시발과 보스턴 항에서 출발하는 증기선으로 인해서였다. 산업혁명 때문이었다. 애덤스는 여섯 살 때 퀸시 할아버지 댁에서의 기억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어려서부터 애덤스는 습관적으로 생의 양면성을 알아왔다. 자서전에서 유난히 배치되는 보스턴과 퀸시 두 곳이 대비된다. 보스턴은 냉혹한 도시로 퀸시는 가문의 뿌리가 있는 곳이며 정신적인 전통과 풍부한 감성을 일깨워 주는 곳이었다. 이것은 두 개의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주18) 이 자서전은 애덤스의 해명서(Apology)다. 그는 삶이 교육이라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보여주었다.
애덤스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애덤스 가문의 기운은 그들에게 자연이라는 또 하나의 교육이 있었기에 감성과 다양성 등이 학습되었으며 큰 꿈을 가진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했다. 위대한 가문은 권력이나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애덤스식 후각 교육은 오늘날 아동들에게 충분이 제공해줄 수 없는 자연의 환경을 의식적 후각 기억 학습법을 통해 자연의 분별력과 감각의 다양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