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융합 엔터테인먼트 케이스스터디 : 후각의 시네마
“시각과 청각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영화에 촉각 요소까지 추가된
「센서라운드Sensurround」의 탄생으로
영화 메커니즘은 또 한 번 탈바꿈했다.
한 발 더 앞선 시청각에 후각 요소까지 추가된 영화는 안 될까?
거짓말 같은 얘기지만, 사실은 냄새나는 영화가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1960년 『스멜로비전Smell-O-Vision』이라 해서 첫선을 보였던 것이 후각 영화이다.
스멜로비전이란 후각(smell)+시각(vision)의 합성어로 명명된 것이었다.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될 때 주최 측의 선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영화 사상 일찍이 없었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은 물론 시·청·후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관객은 완전히 영화에 몰입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스멜로비전방식은 미리 준비된 향기를 화면에 맞추어 객석으로 뿜도록 객석 요소요소에 파이프를 설치, 압착 공기로 냄새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공개시사회에서 상영된 스멜로비전 영화의 주인공은 예쁜 소녀였다.
이 소녀가 장미꽃 만발한 꽃밭에 나타났을 때 객석에서는 감격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미 향기가 장내를 엄습한 것이었다.
한데 이 감격도 잠시 뿐,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소녀가 꽃밭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 코피(절대 코피가 아니다. 커피를 그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를 마시게 되면서, 감격은 서서히 불평으로 바뀌어 갔다.
장미 향기 뒤에 풍겨 나온 코피 냄새가 미처 사라지지 않은 장미향과 범벅이 되어 묘한 냄새로 변했고, 뒤이어 풍긴 요리 냄새까지 추가되어 큰 비용인 200만 불만 날리고, ‘수종의 냄새가 뒤섞이면 악취가 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맺고 말았다. 주1)
아주 오래전 신문 기사이다. 이 기사는 놀랍게도 60년 전의 후각 영화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이 반드시 인간의 삶에 유익한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실례를 이 영화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가상 냄새의 현실화는 분명히 하지 말아야 했었던 발명이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4D 영화관이 초기 단계지만 상영되고 있고 머지않아 마치 진짜 같은 후각을 느끼는 영화관이 생길 것이며, 우리는 그런 영화 속에 빠져들 것이다.
분명 영화의 세계는 TV와는 다르다. 텔레비전의 차가운 빛이 우리의 상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나 하는 것은, 이것이 더 이상 이미지가 아니라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아무것도 환기하지 않고, 단지 화면만을 자화 하고, 하나의 화면일 따름이거나, 사실은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축소된 말단부이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기억된 하나의 테이프이지 이미지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이미지이기 때문에, 단순한 화면과 시각적 형태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신화로 존재한다. 그곳에는 복사, 환상, 거울, 꿈 등의 성격을 아직도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주 2) 그런데 이 이미지에 냄새를 넣는다는 것은 이미지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TV와 다름이 없이 되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영화는 고유의 이미지에 자기 자신을 투영시켜 자신만의 스토리와 환상을 만들어 주었다.
만약 영화에 가상의 냄새를 이입시킨다면 영화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변조된 이미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TV는 연출이다. 한 가족의 일상을 다루는 다큐를 보자. 우리 자신과 즉 카메라 혹은 타인의 시선이 현장에 없었던 듯이 하여야 등장인물은 허식을 부리지 않고 평상시대로 생활을 한다. 그래야만 사실대로 보여질 것이고, 사실 그대로 옮겨지면 바로 당신이 실제로 거기 있었던 듯이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없음과 있음이 등가로 되는 현상이다.주3) 꼭 그들은 마치 우리가 거기 없었던 듯이 살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TV적 요소가 영화에 침투되면 우리는 마치 영화 속의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에 빠져들게 될 것이고, 우리의 상상력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만들어진 가상현실 속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아래에 있는 프루스트의 글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리고 향기를 상황에 어울리게 우리의 후각에 접근시켰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나의 고모는 사실상 인접한 두 개의 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은 시골 방이었다.... 무수한 냄새로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방이었다. 또한 그 냄새는 자연의 냄새, 이웃 시골의 냄새와 마찬가지로 그 철의 풍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게으르게 눌러앉아서 인간과 어울리고 떠날 줄을 모르는 그런 냄새다. 다시 말해, 그 냄새는 과수원에서 찬장으로 옮겨진 그 해의 모든 맛있는 젤리, 잘 익은 맛있는 젤리다. 철 따라 변하지만, 세간과 하녀처럼 그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마을의 큰 시계처럼 한가로우나 시각을 어기지 않는 꼼꼼한 냄새, 빈둥거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질서 있는 냄새.....
불은 파이를 구울 때처럼 구미를 돋우는 냄새를 풍겨, 이 냄새 때문에 방 안의 공기는 완전히 응결되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화창한 아침의 상쾌한 습기로 이미 반죽이 되어 부풀었고, 불은 그런 냄새를 풍기는 이 반죽을 잎 모양으로 부푼 과자로 만들고, 거기에 달걀노른자를 바르고, 구김살을 내고 부풀게 하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촉지 할 수 있는 시골 과자.... 그러한 냄새 속에서, 벽장이나 찬장이나 지엽 무늬가 있는 벽지가 풍기는 바싹바싹한, 보다 이름이 난 그러나 동시에 보다 메마를 향기를 맡으면, 나는 즉시, 꽃무늬 있는 침대보의 중간적인, 끈적끈적하고 맛이 간, 소화가 안 되는 풋내 나는 올리브유 같은 냄새 속으로, 말 못 할 탐욕과 더불어 끈끈이에 붙어 버린 듯이 되돌아가기가 일쑤였다.” 주4)
물론 커피나 꽃, 바다와 익히 알고 있는 냄새의 표준화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각자가 느끼는 냄새의 이미지와 후각 기억은 다른 것이다.
하물며 시골 방, 이웃 시골의 냄새,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메마를 향기, 침대보의 풋내 나는 올리브유 같은 냄새, 선견지명이 있는 냄새, 아침 일찍 일어나는 냄새, 신앙심의 냄새, 평안을 즐기는 냄새, 산문적인 것 밖에 즐기지 못하는 냄새 등은 어떻게 향기로 표현할 것인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공간과 사물의 냄새를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어 상상과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냄새를 현실화시켰다고 하자 그다음엔 우리의 후각 기억과 이미지, 환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영화의 후각화는 영화를 TV 화하여 우리에게 더 이상 꿈과 환상을 가져다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표준화하여 각 개인의 자유로운 꿈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각 영화는 마치 우리에게 즐거움과 현실감을 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게 하겠지만, 그 새로운 세상은 우리의 정신을 약탈하여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는 마침내 가상의 세계로 우리를 내동댕이쳐 버릴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1) 1975. 2. 3 경향신문 기사.
2) 장 보드리야르.『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 하태환 역. 민음사, 2002, p74.
3) 장 보드리야르.『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 하태환 역. 민음사, 2002, p66.
4)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스완네 집 쪽으로1』. 김창석 역. ㈜국일출판사, 2006, pp7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