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uper Soul 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희 Mar 05. 2023

그녀에게 기적 같은 행운이 계속 따르는 이유 - 2

J가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제주의 연세 (제주는 월세가 아닌 연 단위로 임대료를 낸다.)가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연 800만 원이면, 한 달에 65만 원도 넘잖아. 그건 내가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고. 연세 아까워서 여행도 못 가. 그래서 올해 내 목표는 연세를 안 내는 거야. 돌아올 베이스캠프는 만들어야 하니까 집을 사야겠어."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의 자유를 얻는 것이 그녀가 사는 방식이다. 그녀가 집을 사고 싶은 이유도 연세를 벌어야 하는 책임감을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J는 예산인 7000만 원대로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두었던 곳은 동쪽 세화리에 있는 낡고 허름한 빌라. 제주에서 가장 싸고 낡은 곳이며, 예산 내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집일 거라는 게 그 집을 마음에 둔 이유였다. 마침 매물이 나와 집을 보고 온 그녀는 실망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방 세 개짜리 빌라는 혼자 살기엔 쓸데없이 넓었고, 너무 상태가 좋지 않아 고치는데 돈이 많이 들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매매가도 그녀의 예산을 훌쩍 넘어 대출을 받아야 했다.



며칠 후 나타난 J는 서귀포 쪽에 있는 7000만 원대 대단지 신축 원룸을 보러 간다고 했다. 세화리 빌라를 보니 낡은 집 리모델링에 대한 현타가 왔고, 작더라도 신축을 사는 것이 세놓고 여행 가기에도 맘 편할 것 같다며.



원룸 매물 사진은 보통 광각 카메라로 찍기 때문에, 직접 가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작을 수 있다. J 가 본 집도 그랬다. 주저하는 그녀에게 부동산 사장님이 "아직 매물로 나온 건 아닌데...." 하며, 주인에게 연락해 볼 테니 보여주시겠다고 하면 하나 더 보겠냐고 물으셨다고 한다.



그 집을 처음 본 인상을 J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입구에 딱 순간부터 이 집이 내 집이라는 사실을 알았어. 그냥 그런 게 느껴졌어. 문이 열리는 순간, 아... 너무 아름다운 집이 나타난 거야. 우주가 나에게 선물을 주시는구나."



문이 열리자 마치 밀라논나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할머니 유튜버) 같은 분이 걸어 나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커다란 통 창으로 아름다운 나무와 넓은 테라스가 보였다. 원룸이 아닌 1.5룸이었고, 테라스가 두 개나 있어 집이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테라스에는 (J의 표현으로)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정원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직접 심어 가꾼 나무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든 가구는 세덱 (Sedec ), 가전은 밀레 (Miele) 제품으로 뭐 하나 허접한 게 없었다. 집에 대한 주인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집이 J는 너무나 맘에 들었다.



출처 : pixabay.com (louda2455)


문제는 그 집의 가격이 9800만 원으로 예산을 훌쩍 초과한다는 것. "같은 크기와 층수에 더 싸게 나온 집이 있기는 해. 그런데, 테라스가 방치되어 있고, 박스에 빈 페트병이 쌓여 있는 거야. 집 주인의 마음이 흐트러져 있으면 그 집의 에너지도 좋지 않거든. 그래서 돈을 더 주더라도 나는 꼭 그 집을 사고 싶어."  J는 물건과 장소에도 사람처럼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판매하는 액세서리를 하나하나 만들며 정성 들여 기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래서, J는 대출을 일부 끼고서라도 그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희망 가격은 9500만 원인데 그렇게 절충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상황이 그렇다면, 1,000만 원을 절충해서 8,800만 원 정도만 받겠다는 거였다. (아마 집의 최초 구입가가 아니었을까?) 살아보니 돈도 물건도 중요한 게 아니라며,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다며... 고가의 가전과 가구들도 필요한 건 뭐든 가지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살아생전, 집주인이 깎아달라는 가격보다 더 깎아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림잡아도 2,000만 원어치는 될 듯한 살림살이를 공짜로 주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부동산 중개인도 너무 놀라워하며 "아무래도 큰 선물을 받으신 거 같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J는 맘에 쏙 드는 집을 적은 예산으로 구입함과 동시에, 자신이 꿈꿔본 적도 없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갖게 됐다. 게다가,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부동산에서 단기 임대를 관리해주기로 했기에, 여행 경비를 임대료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J가 늘 이야기하는 '우주가 주는 선물'일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J가 유독 우주의 선물을 잘 받는 이유는 뭘까?



(내일, 3편에 이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에게 기적 같은 행운이 계속 따르는 이유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