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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대림제1주일

대림 제1주일인 오늘 독서와 복음은 '그날'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그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까? 


저에게 그날은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떠오르게 합니다. 광주 5.18 민주화 항쟁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5월 18일에 광주 무등산을 올랐습니다. 산을 내려와 자연스럽게 5.18 망월동 국립묘지를 찾아갔지요.


거기서 전남대 학생이었던 이정연 열사의 묘에 있다가 예쁜 엽서가 많이 놓여있는 무덤 앞에 갔습니다. 


문재학,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열사는 도청에 끝까지 남아 심부름을 하며 돕다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대단했고, 무덤을 알록달록하게 채우고 있던 청소년들의 엽서가 애잔했습니다.


경산으로 돌아온 몇 달 뒤,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김길자 씨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바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이셨습니다.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오겠다던 아들이 죽고 폭도로 몰리자 평생을 투쟁하셨던 어머니께서 한강 작가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왔고, '그날이 오면'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치는 날(루카 21,35)'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세상 종말의 그날을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합니다.


한마디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루카 21,28).


실제로 우리의 속량은 멀지 않습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오십니다. 


언제입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성탄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말을 장식하는 연휴이며 기분을 좋게하는 선물, 산타클로즈, 하얀 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드는 후회와 여러 감정으로 흥청망청 송년회를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


자칫 연말에 우리 마음이 방탕과 만취, 일상의 근심으로 물러질까 스스로 조심하라는 말씀입니다. 성탄절이 바로 '그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날이 오면,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우리를 슬픔과 두려움, 죽음에서 구원할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안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을 성모님과 함께 기다립니다. 어느날 자신에게 오신 예수님을 기꺼이 맞아들이고 그분의 탄생을 기다리는 성모님의 마음을 닮으려 애씁니다. 임신한 여인의 마음으로 뱃속 아이의 출산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그날은 오늘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우리가 기다리던 그날로 살아갑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대림 1주일인 오늘, 우리는 깨어 기도합니다. 그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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