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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무언의 뮤즈들이 전하는 일상의 속삭임

연재 브런치북 소설인 '희망병원의 SMART경영 이야기' 마지막 챕터를 끝내고 예약을 걸어두었다.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다. 평소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병원에 대한 이야기, 게다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영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의료 분야에도 이런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다.


이제부터 시작하게 될 이야기도 어찌보면 같은 맥락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무언의 대화, 사물과의 만남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사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알람 시계부터,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누르는 침대 스위치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 사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있을까?


영업기획, IT기획, 마케팅전략, 경영전략, 그리고 마지막 직장 커리어인 병원경영연구소장... 내 경력에는 항상 '기획'과 '전략'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 단어들과 함께 늘 마감 시한이 존재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나는 때로는 목적지 없이 떠돌았고, 철봉에 매달려보기도 했으며, 산에 올라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몇 바퀴를 돌아보기도 했다.


기획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무언가를 쓰고 그리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한 끗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그 과정은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과정은 고독하고 지난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백지상태인 날들이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초조해졌고, 때로는 절망감마저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연필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연필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순간, 마치 마법처럼 연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연필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종이 위에 새기며 느끼는 기쁨과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아이디어의 부재로 고민하던 나에게, 주변의 사물들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의자, 컵, 시계 등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게 감정을 불어넣어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깊은 몰입 상태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앞에 놓인 과제를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곤 했다. 단순한 물건들이 나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이 습관은 점차 나의 일상이 되었다. 생각이 막힐 때마다 나는 주변의 사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때로는 냉장고의 포용력을, 때로는 시계의 규칙성을, 때로는 창문의 개방성을 내 아이디어에 녹여냈다. 그렇게 쌓인 글들이 바로 이 책의 원천이 되었다.


이제 그때의 습작들을 다시 꺼내어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졌다. 이 글들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여정이자, 창의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탐구이다.


이 글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마음으로 감정을 느껴본다. 식탁이 느끼는 고독, 의자가 겪는 질투, 벽시계가 안고 있는 불안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사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무심코 읽어내려가다 보면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냉장고의 따뜻한 마음을, 카메라의 섬세한 시선을, 그리고 쓰레기통의 묵직한 철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사물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우리를 웃게 만들고, 때로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할 것이다.


사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과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며, 어쩌면 당신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눈과 마주하는 있는 이 글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그럼 이제, 귀를 기울여보자.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들려주는 33가지 인생 이야기에.


이 여정이 당신의 일상에 작은 마법을 불어넣고, 당신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도구가 되기를. 그리고 앞으로 사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들의 무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특별한 순간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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