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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01. 식탁의 고독 - 모임과 이별의 순간들

1부: 가정의 울림

나는 이 집의 중심에 서 있다. 거실과 주방 사이, 가족들의 일상이 교차하는 곳에 자리 잡은 나는 단순한 가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는 식탁이다.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는 중심지이자, 그들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증인이 된다. 어둠이 걷히고 햇살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 때, 나의 매끄러운 표면 위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빠의 무거운 발걸음이 제일 먼저 다가온다. 그는 항상 신문을 한 손에 들고 와서 나의 한쪽 끝에 자리를 잡는다. 잠시 후 커피 향이 공기를 가득 채우고, 뜨거운 머그잔이 나의 표면에 닿는다. 그 온기가 나를 통해 전해질 때, 나는 하루의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엄마는 분주하다. 토스터에서 탁! 소리가 나면 빵을 꺼내 접시에 담고, 냉장고에서 잼과 버터를 꺼내 나에게 올려놓는다. 그녀의 손길은 빠르지만 정확하다. 식탁보를 정돈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놓는 모습에서 나는 가족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느낀다.


아이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온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의자에 앉아 하품을 한다. 하지만 음식의 향기에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그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나를 감싸고, 나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짧다. 시계 바늘이 돌아가면서 가족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난다. 아이들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아빠는 서류가방을 들고 회사로, 엄마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홀로 남겨진다.


aatto.co.kr


적막이 찾아온다. 창밖으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 어떤 소리도 방금 전까지 여기 가득했던 가족의 소리만큼 크게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바라본다. 접시에 남은 빵 부스러기, 커피 잔의 얼룩, 신문지의 구겨진 모서리.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있었다는 증거이자, 그들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고 햇살이 움직이면서, 나는 생각에 잠긴다. 가족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회사에서, 시장에서 그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점심시간이 되면 가끔 엄마가 돌아온다. 그녀는 장바구니에서 식재료를 꺼내 부엌으로 향한다. 냄비와 프라이팬에서 맛있는 향기가 피어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혼자 나에게 앉아 점심을 먹는다.


그 순간만큼은 나의 외로움이 조금 덜어진다. 하지만 그녀도 곧 자리를 뜨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오후가 되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온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나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 들어온 꽃잎이 내 위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고독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는 기분을 느낀다.




드디어 내 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하나둘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엄마가 준비한 저녁 식사가 나의 위에 차려지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 아빠의 회사 이야기, 엄마의 일상 등이 오가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 가정의 중심이 된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때때로 아이들이 나에게 남아 숙제를 한다. 책과 공책이 펼쳐지고, 연필이 종이 위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로 고민할 때면, 나도 함께 고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대답을 해줄 순 없지만, 그들이 답을 찾아갈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한다.


주말이 되면 나는 더욱 특별한 순간을 맞이한다. 느긋한 브런치 시간에는 팬케이크 향이 가득하고, 과일 그릇이 놓이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공간이 가득 찬다. 이런 날엔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 같고, 나는 이 가족의 행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요즘들어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가족들이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들을 위해 여기 있는데, 그들은 나를 찾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나의 존재 이유도 희미해지는 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면 나는 여전히 이 가족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생일 파티, 명절, 크리스마스. 이런 날이면 케이크가 놓이고, 선물이 쌓이며, 풍성한 음식들이 나를 채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로 집 안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이럴 때면 나는 다시 한번 이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


밤이 깊어가면, 나는 또다시 고독과 마주한다.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더 많은 대화와 웃음으로 가득 찰까? 아니면 또다시 적막이 흐를까?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이 고독의 시간도,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이 시간 동안 나는 다음 만남을 준비하고, 그들을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나는 식탁이다. 모임과 이별의 순간을 모두 품은 채, 가족의 중심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때로는 적막이 감돌지만, 나는 변함없이 여기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해, 그들을 기다리며. 나의 존재만으로도 이 가족이 언제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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