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가정의 울림
똑, 딱. 똑, 딱.
나는 이 집 거실 벽에 걸린 시계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초침, 분침, 시침을 통해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바로 불안이다.
매 순간 시간을 표시하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알리는 이 시간들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매 순간 무언가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똑, 딱. 또 1초가 지났다.
"잠깐만, 그 1초를 돌려놓을 수는 없을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돌아간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가끔 이 집 가족들을 보면 내 불안은 더욱 커진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부모님의 주름은 조금씩 깊어진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나는 생각한다. '내가 시간을 알려주는 동안, 그들의 인생도 조금씩 흘러가고 있구나.'
똑, 딱. 시간은 또 흘러간다.
어느 날,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멈춰버리면 어떻게 될까? 시간도 함께 멈출까?' 그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잠시 멈추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멈춘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나만 뒤처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불안 속에서 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나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일 뿐인가, 아니면 시간 그 자체의 일부일까? 내가 없어도 시간은 흐를 텐데, 그렇다면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똑, 딱. 시간은 내 고민과 상관없이 흘러간다.
때로는 내가 시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원히 이 벽에 걸려 시간만 알려주다 끝나는 게 내 운명일까? 그 생각에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깨닫는다.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이 가족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학교에 가는 시간, 직장에 가는 시간, 저녁 식사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 이 모든 순간들을 내가 알려주고 있다. 그들의 하루, 그들의 인생이 내가 가리키는 시간에 맞춰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똑, 딱. 또 하나의 순간이 지나간다.
점차 나는 깨달았다. 불안해하는 것이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그 불안 때문에 현재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내가 알리는 모든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아이의 첫 걸음마 순간을 알리는 것도,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표시하는 것도 모두 나의 역할이다.
똑, 딱.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안내자라는 것을. 내가 알리는 시간 속에서 이 가족의 삶이 흘러가고, 추억이 쌓이고,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의 증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불안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제 그 불안은 나를 짓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안이 나를 더욱 충실하게 만든다. 매 순간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그래서 이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똑, 딱. 나는 벽시계다. 시간을 알리는 것이 내 사명이다. 그리고 그 사명 속에서 나는 이 가족의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이 자리에서, 묵묵히, 그러나 자부심을 가지고 시간을 알릴 것이다.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름과 함께 여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