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가정의 울림
나는 가방이다. 매일 아침 주인의 손에 들려 세상으로 나간다. 나의 주인은 이 집의 엄마다. 그녀의 하루는 나와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
아침이면 엄마는 부산스럽게 나를 챙긴다. 지갑, 열쇠, 휴대폰, 손수건, 때로는 노트북까지. 그녀의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나의 품에 담긴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소중히 안는다. 이것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엄마의 하루, 그녀의 삶의 조각들이다.
"자, 가방아. 오늘도 함께 힘내자."
엄마의 말에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네, 오늘도 함께해요. 제가 있잖아요."
우리의 하루는 항상 분주하다. 회사로, 시장으로, 아이들의 학교로. 때로는 비가 오고, 때로는 땡볕이 내리쬐지만 나는 언제나 엄마 곁에 있다. 그녀가 필요로 할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끔은 힘들 때도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담다 보면 어깨끈이 아프고, 옆구리가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절대 불평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사명이니까. 엄마의 짐을 나누어 들고, 그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어느 날, 엄마는 나를 들고 아이들의 학교에 갔다. 아이들이 준비물을 깜빡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열었다. 그리고 거기서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냈다.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순간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보루였다.
"역시 우리 가방이야. 넌 정말 마법 가방 같아."
엄마의 말에 나는 더욱 충성을 다짐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녀의 마법 가방이 되리라고.
하지만 모든 날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엄마는 나를 잊고 집을 나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현관 후크에 걸린 채로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불안하다. 엄마는 괜찮을까? 내가 없어서 불편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밤늦게 돌아온 엄마가 나를 보고 한숨을 쉴 때면 나는 미안함에 가득 찬다. 내가 그녀를 따라갔더라면, 그녀의 하루가 조금은 더 수월했을 텐데. 그날 밤 나는 다짐한다. 다음부터는 꼭 기억해 달라고, 소리 없이 그녀에게 부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조금씩 낡아간다. 솔기가 풀리고, 지퍼가 빠지고, 천이 해져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의 충실한 동반자다. 오히려 이 흔적들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엄마가 새 가방을 사 왔다. 나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제 나는 버려지는 걸까? 하지만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나를 조심스럽게 닦고 수선해 주었다.
"넌 정말 특별한 가방이야.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
그 말을 들은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가방에겐 눈물이 없지만, 내 마음은 뜨거웠다.
이제 나는 주로 집에 있다. 가끔 특별한 날에만 엄마와 외출을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충실하게 그녀의 물건들을 품고 있다. 그리고 기다린다. 언제든 그녀가 필요로 할 때 다시 그녀의 옆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가방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엄마의 인생의 동반자다. 그녀의 기쁨, 슬픔, 고민, 희망을 모두 담아왔다. 앞으로도 나는 변함없이 그녀 곁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짐을 나누어 들고, 그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그것이 바로 나의 충성심이고, 나의 사랑이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