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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 치유를 위한 멈춤, 준비를 위한 금식

의료진들이 자주 사용하는 NPO(Nil Per Os)는 "입으로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던 "수술 전 8시간 금식"이라는 바로 그 지시다. 하지만 NPO는 단순한 '굶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NPO - 비움의 순간이 만드는 놀라운 치유의 시작


고대 그리스의 의사들은 인체의 건강이 네 가지 체액의 균형에 달려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몸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비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마치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먼저 물탱크를 비우는 것처럼, 치료도 비움에서 시작된다고 본 것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이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위 내시경을 위해 NPO를 하는 것은 마치 창문이 더러운 집을 청소하기 전에 창문을 깨끗이 닦는 것과 같다. 의사가 위 속을 정확히 볼 수 있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신 마취 수술 전의 NPO는 더욱 중요하다. 마취된 상태에서 위의 내용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큰 위험이 될 수 있어서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중요한 업데이트 전에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응급실에서도 NPO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지시가 바로 NPO다. 이는 마치 고장난 자동차를 정비하기 전에 시동을 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NPO를 단순한 '금식'이라는 두 글자에 담기보다는 치료의 시작이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시작으로 받아들이자. 우리 몸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특별한 순간이며, 이는 더 나은 건강을 향한 첫 번째 문을 여는 열쇠인 것이다.


NPO의 지혜를 경영에 더하다 - 비움이 가져오는 조직의 혁신


의료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NPO의 원리는 병원 경영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일시적 금식이 필요하듯, 병원 조직의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도 전략적인 'NPO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의료정보시스템 도입 시 'NPO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시스템 전환 전 일정 기간을 'NPO 기간'으로 설정하여 모든 부서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새로운 시스템 교육에 집중하고, 행정부서는 업무 절차를 정비하는 식이다. 이는 시스템 전환 후 안정화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직원여러분 공지합니다. 시스템을 교체해서 어쩌구 저쩌구…” 보다 “자~ 시스템 교체로 NPO 선언합니다!!” ㅎㅎ 병원답지 않은가? 의료진에게 이보다 더 명확한 이해는 없을 것이다.^^


'NPO 회의'라는 개념도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업무 지시나 프로젝트 착수를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업무를 되돌아보며 개선점을 도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마치 수술 전 NPO로 위를 비우듯, 조직의 불필요한 관행과 비효율을 비워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의료진들이 잘 알고 있는 NPO의 시간 개념도 중요한 경영 도구가 될 수 있다.

수술 전 6-8시간의 금식이 필요하듯, 새로운 의료 장비 도입이나 진료 프로세스 변경 시에도 적절한 'NPO 기간' 설정이 중요하다. 너무 짧으면 준비가 부족하고, 너무 길면 조직의 피로도가 증가한다. 변화의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차등적인 준비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의료 질 향상(QI) 활동에서 NPO의 개념은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즉시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보다, 현재의 과정을 일시 중단하고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정확한 진단을 위해 NPO를 지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NPO는 의료 현장을 넘어 병원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더 빠른 진보를 가져온다는 역설적 진리를 보여준다. 의료인들에게 친숙한 이 개념을 통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NPO - 성장을 위한 의도적인 쉼


현대인들은 매 순간 무언가를 '섭취'하며 산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메시지, 수시로 확인하는 SNS,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일정들로 마음의 공간은 늘 가득 차 있다. 의학적 NPO가 치료의 시작이듯, 우리에게도 때로는 의도적인 'NPO 시간'이 필요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감, 집중력 저하, 잦은 실수, 의욕 상실 등은 우리 몸이 보내는 NPO 신호다. 마치 수술 전 공복이 필요하듯, 우리의 몸과 마음도 때로는 완전한 비움의 시간을 요구한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애쓰는 대신,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 NPO'도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실천이다.

하루 중 특정 시간은 모든 디지털 기기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으로 설정해보자. 이는 마치 의료적 NPO가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듯, 자신의 진짜 모습과 필요를 발견하게 해준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업무나 학습에서도 NPO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려 하기보다, 주기적으로 '학습 NPO' 시간을 가져보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실제로 활용하는 시간이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이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소화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관계에서도 NPO는 중요하다.

때로는 사회적 만남을 잠시 멈추고,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이기적인 고립이 아닌,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마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금식이 필요하듯, 관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NPO는 우리에게 '비움의 용기'를 가르친다.

채우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며, 때로는 비우는 것이 더 큰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을. 현대인들에게 NPO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지혜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현자들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한결같이 귀결되는 문장이 있다,


"치유는 비움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NPO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다.


NPO - 비움이 선물하는 새로운 시작


가끔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는

NPO라는 세 글자가 마음에 새겨보자.


치료를 위해 잠시 비워야 하는 시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멈춰야 하는 순간을 알리는 신호이다.


병원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며 잠시 걸음을 멈추듯,

조직도 때로는 혁신을 위한 비움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달려가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도,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NPO는 역설적인 진리를 보여준다.

채우기 위해 비우고, 나아가기 위해 멈추며,

성장하기 위해 내려놓는다는 것을.

마치 겨울의 나무가 잎을 모두 떨구어야 봄의 새싹을 맞이할 수 있듯이,

우리도 때로는 완전한 비움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수술실 앞에서 NPO를 기다린다.

그들의 기다림이 새로운 시작이 되듯,

우리의 의도적인 비움도 분명 더 나은 내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삶에도 NPO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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