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aela Nov 21. 2023

사서를 꿈꾸는 당신에게

1. 적성[適性]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소질

  얼마 전, 사서를 꿈꾸는 성인학습자들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모 대학 문헌정보과에서 내가 일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으로 견학을 온 것이다. 성인학습자라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30대부터 50대까지, 얼핏 보기에도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도 있었다.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분들은 왜 문헌정보과에 진학한 걸까?'

  문헌정보학은 실용학문이다. 거칠게 말해서 지적 욕구 충족보다는 실생활에 써먹기 위해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말이다. 그럼 중년 즈음의 학습자들이 이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설마, 취업?


"선생님들, 문헌정보과에 진학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침묵-

"사서로 일하고 싶으세요?"

"네~~~"


  아... 그렇구나... 사서로 일하고 싶으시구나...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40대 이후에 진로를 변경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 20대 혹은 30대에 정한 길을 고수하다가, 은퇴 이후에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대한민국 표준의 삶이니까.

  그런데 40대부터 그 이후의 학습자들이 사서에 도전하고 싶으시다 하니... 이 이례적인 일에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1. 사서라는 직업이 좋아(?) 보이나보다.

2. 책을 좋아하시나?

3. 취업하기 비교적 수월해 보일 수도 있겠다.


  혹시나 위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하나하나 대답해 보겠다. 

  먼저 (2)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서가 되고 싶다는 분들에게 말씀드린다. 

  "사서는 책을 읽는 것을 일로써 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서 업무 중 책을 읽고 수행하는 직무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말이 근무 중에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업무를 위해 필요한 독서는 개인시간을 활용해야 하고, 그런 직무의 비중이 많은 것도 아니다. 


  (3) 취업하기 비교적 수월해 보인다는 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싶다. 

  "취업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서로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사서자격증 취득자는 계속 양산되는데, 신설되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적다. 적은 월급에도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서관들(아니, 운영주체)은 정규직 직원을 둘 리가 없다. 비정규직에 적은 월급, 부당한 처우에 지쳐 떨어져나가는 직원이 있다면 줄 서 있는 구직희망자들 가운데 한 명을 고르기만 하면 될 일이다.

  이제 아시겠죠 여러분? 비정규직 사서로 만족하신다면, 도전하신다 해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이제 첫번째 질문에 대답할 때가 되었다. 

자, 지금부터 혹시라도 계실 (1) 사서라는 직업이 좋아 보인다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