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드는 생각이다. 출근할 때도 일하는 중에도 퇴근할 때도 잠들기 직전에도 내가 왜 이러고 사는 거지?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떠다닌다. 인생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달까.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두 달이 약간 안 되었다. 입사 한 달 차부터 나는 매일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다니고 있다. 올해만 세 번째로 옮긴 직장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또 퇴사 욕구가 들다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일까. 예전에 한 회사를 일년 반 정도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아마 학교 문제가 아니라면 계속 그곳에 다녔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 생활이 아예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냥 올해 들어간 회사들이 우연히 나와 맞지 않는 것일 뿐일까? 그렇다고 계속해서 회사를 옮겨다니며 나와 맞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고 그중에서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발견할 거란 보장도 없다. 새 직장을 찾고 다시 적응하는 것도 매우 큰 스트레스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거의 콜센터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전화를 받고 상담하는 업무가 주되다 보니 보람도 찾기 힘들뿐더러 밀려오는 전화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취감도 조금도 느끼지 못 한다.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잡무들만 이어지다가 퇴근하기 30분 전쯤 되어서야 전화가 잦아들면서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시간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깊은 회의감에 젖어들며 현타가 찾아온다.
전화가 계속 울리는 게 너무 싫다. 일하는 시간이 괴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삭제된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출퇴근을 포함해 하루에 11시간이 의미없이 내 인생에서 삭제되어버린다는 느낌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뚝 떼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11시간을 의미 없는 일에 소비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학생 시절이 너무나 그립고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간절하다. 그 때문인지 나는 요즘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에 자꾸 무엇이든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사학과를 부전공할 만큼 역사를 좋아했기에 요즘 틈날 때마다 역사 강의를 듣고 있으며 저녁에는 짬을 내 요가 영상을 따라하고 있다. 여전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면서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기만 먹는 카니보어에 도전하고 디지털 단식을 한다고 핸드폰을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별별 짓을 다하고 있다.
직장 생활이 괴롭고 너무 회사에 가기 싫고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이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겠답시고 중구난방으로 할 만한 것들을 찾아 마구잡이로 시도해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삶에서 의미를 찾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현타가 찾아오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여간 쳐왔던 탁구도 이제 재미가 없고 다들 이렇게 직장 생활을 힘들어하는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살아가는 건지 궁금하다.
출퇴근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고정적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통근 30분 이내, 하루 4시간 근무라면 웃으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러면 먹고 살 수가 없다는 것뿐이겠지...
나는 집세도 내야 하고 공과금과 교통비도 내야 하고 내가 사는 데 필요한 모든 돈을 스스로 벌어야 하는 데다가 미래를 위해 저금도 해야 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심장이 조여들고 답답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
콜센터 급 업무에 전화 벨소리만 들려도 짜증이 치밀고 고객에게도 친철하게 대할 수가 없다. 매사에 짜증이 나 있는 상태고 누가 건들면 폭발할 태세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 집 근처 가게에 만두를 사러 갔다. 사장님에게 단무지와 젓가락이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사장님이 간장도 주지 않은 것이다. 순간 화가 불쑥 치밀었다. 내가 언제 간장을 주지 말라고 했냐고 짜증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치솟았다.
다행히 평범하게 간장을 달라고 말하곤 만두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는데 이때 또 현타가 밀려왔다...
실수로 간장을 안 준 게 뭐 그리 화가 날 만한 일일까. 이런 것에 짜증을 느끼는 내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이런 일에도 화가 나는 것은 뭔가 내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버티고 있다. 직장 생활만이 아니라 내가 만든 생활 규칙마저도 나는 버티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솔직히 나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이 피곤하고 공부하고 책 읽는 것보다 노는 게 좋다. 고기나 야채만 먹고 싶지도 않고 아침마다 무더위 속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뭘 하면서 살고 있는 건지, 어디에서 의미를 찾고 있는 건지, 그행위가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 브런치북 제목을 참 잘 정한 것 같다. 그렇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