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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Sep 28. 2024

삼장법사 현장의 간다라 견문록(1)

간다라 이야기 #39

현장 법사의 놀라운 일대기를 살펴보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현장법사편의 연재가 길어졌다. 이제 본 연재의 원래 목적인 현장법사가 바라본 간다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장은 간다라를 거쳐서 인도로 들어갔으며, 돌아가는 길에도 간다라를 거쳐서 나왔다. 인도로 들어가는 길에서 간다라의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카시미르(Kashmir)에서는 2년간 머물며 불교 공부도 했다. 돌아가는 길은 길을 재촉해서 그런지 기록이 적은 편이다. 현장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간다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1) 카피시국(迦畢試國), Kapisa
2) 남파국(濫波國), Laghman
3) 나가라하르국(那揭羅喝國), Jalalabad
4) 핫다성(佛頂骨城), Hadda
5) 간다라국(健陀邏國) 수도 푸루샤푸라(布路沙布羅), Peshawar
6) 푸시칼라바티성(布色羯羅伐底城), Charsada
7) 우타칸드성(烏鐸迦漢茶城), Hund
8) 웃디야나국(烏仗那國) 몽게리성(瞢揭椒城), Swat
9) 아파랄라용천(阿波邏羅龍泉), Kalam
10) 다라다강(達麗羅江), Darel
11) 탁샤실라국(呾叉始羅國), Taxila
12) 싱파푸라국(僧揀補羅國), Ketas
13) 우라샤국(烏剌叉國), Muzaffarabad
14) 카슈미르국(迦濕彌羅國), Kashmir
15) 파르노차차국(半笯嗟國), Punach
16) 라자푸라국(遏邏睹補羅國), Rajuori
17) 샤칼라라성(奢羯羅城), Sialkot
현장법사의 간다라 지역 이동 동선



카피시국(迦畢試國:Kāpiśa), Kapisa


카피시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동북부에 위치한 오래된 역사 도시이다. 카피시국에 도착한 현장은 왕과 승려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왕은 대승불교를 믿고 있었고, 백 여개의 절과 육천명의 승려가 있었다고 한다. 현장의 명성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에 절마다 현장을 모시고자 하였다고 한다. 현장이 머물기로 선택한 절은 한나라의 태자가 인질로 잡혀와서 지었다고 전해지는 '사락가(沙落迦)'라는 소승 사찰이었다.


이 절을 지은 한나라의 태자는 절을 지을 때, 훗 날 가람을 수리할 때 꺼내 쓰도록 땅 속에 보물을 묻어두었다고 한다. 이 보물을 탐냈던 흉악한 왕이 이 보물을 파내고자 하였는데, 갑자기 앵무새 조각상이 울어대고 땅이 흔들려 놀라 도망갔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현장이 도착했을 때, 탑의 상륜이 부러져 수리를 해야 하는데 보물을 파내려 하면 땅이 흔들려 보물을 꺼내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현장은 한나라의 태자에게 기도를 드린 후, 무사히 보물을 꺼내었다. 커다란 청동기에 수백 근의 황금과 수십 개의 구슬이 들어있었다.


현장은 카피시국의 승려들을 위해서 5일간 법회를 열었다. 현장에 의하면 이 나라의 승려들은 대승과 소승으로 나뉘어 있어 불완전했다고 한다. 현장의 법회에 만족한 가필시국의 왕은 비단 다섯 필을 보시했다고 한다. 현장은 사락가 절에서 하안거를 하고 떠났다. 카피시국에서 3달 이상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남파국(濫波國:Lampāka), Laghman


남파국은 지금의 라그만으로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현장은 이곳에서 3일간 머물렀다. 남파국은 설산을 뒤로 두었지만 서리나 눈이 내리지 않아, 온화한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벼를 짓기 좋고 고구마가 많아 비교적 물산이 풍족한 편이었던 듯하다.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서로 속이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는 10여 군대의 가람이 있었는데 모두 대승이었다 한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현장법사는 좋은 인상을 받았던 듯하다.




나가라하르국(那揭羅喝國:Nagarahāra), Jalalabad


나가라하르국은 지금의 잘랄라바드로,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의 큰 도시이다. 성의 동남쪽 2리 위치에 아소카 왕이 지은 탑이 있어, 현장은 이 탑을 돌면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때, 다가온 노승이 이 탑이 지어진 연유를 들려주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에서 전생의 붓다는 과거의 부처인 연등불을 만나 진흙길에 발을 더럽히지 않도록 자신의 옷과 머리카락을 깔아주었고, 연등불은 부처에게 먼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준 곳'이라 하였다.


현장은 노승에게 이 이야기는 제2 아승기의 이야기로 수만 겁 전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여기 유적이 멀쩡하게 있을 수 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노승은 세상이 멸할 때 모두 다 무너지나, 다시 만들어질 때 유적도 다시 만들어진다는 답변을 했다. 현장은 이 답변에 만족한 듯하다.




핫다성(佛頂骨城:Haḍḍa), Hadda


핫다성은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그리스-불교 유적지이다. 성 안의 2층 누각의 2층에 작은 탑 안에 부처의 정골(頂骨, 머리뼈)이 모셔져 있었다 한다. 사람들은 이 부처의 정골로 점을 보았는데, 현장은 보리수의 상이, 현장과 함께한 두 명 중 하나는 불상과 연화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부처님의 뼈를 모신 탑이 있었는데, 연잎 같은 모양의 뼈, 사과 같은 부처님의 눈동자, 모직으로 된 부처님의 가사, 부처님이 쓰던 백철 고리가 달린 나무 지팡이가 있어, 각 유품마다 예를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절에 금전 50, 은전 1천, 명주로 된 번(幡) 4구, 비단 2단(端), 법복 2벌을 시주하고 많은 꽃을 뿌리고 절을 한 뒤 나왔다고 한다.

 

한편 핫다성의 서남쪽으로 20리 떨어진 곳에 부처님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동굴(불영굴) 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직접 방문했다. 굴로 가는 도중에 도적들을 만났지만 도적들을 감화시켜 함께 불영굴로 향했다. 불영굴에 도착한 현장은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 수백 번의 예를 드리자 거룩하고 환한 빛이 나는 여래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다섯 명의 도적들은 칼을 버리고 현장에게 계를 받았다고 한다.




간다라국(健陀邏國:Gandhāra) 수도 푸루샤푸라(布路沙布羅), Peshawar


간다라국의 수도로 설명되는 푸루샤푸라는 지금의 페샤와르에 해당한다. 페샤와르는 파키스탄 북서부에 위치한 KP주의 주도로 간다라 불교미술의 중심지라 불리는 곳이다. 현장은 페샤와르에 꽃과 과일, 고구마 그리고 석청꿀이 풍부하다고 기록하였다. 또한 이곳에서 태어난 나라연천(那羅延天:Nārāyana), 무착보살(無着菩薩:Asaṅgha), 세친보살(世親菩薩:Vasubandhu), 법구(法救:Dharmatrāta), 여의(如意:Manoratha), 협존자(脇尊者:Pārśva) 등 훌륭한 선배 승려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절들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기록한다.


페샤와르에 온 현장은 부처님의 발우를 두었다는 보대와 과거의 네 부처님이 앉아서 수행했다는 100척 높이의 거대한 보리수, 400척 높이에 달한다는 카니슈카 대탑과 밤에 이 탑을 돌고 있다는 1장 8척의 흰색 석상 등 페샤와르에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이 중에서 흥미롭게 볼 부분은 카니슈카 대탑이다. 


카니슈카 대왕이 세상을 평정한 후 어느 날 사냥을 나섰다가 흰 토끼를 쫓게 되었다. 그러다가 3척 높이의 탑을 만들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왕은 소년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과거 석가모니불이 카니슈카라는 왕이 이곳에 스투파를 세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카니슈카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예언에 만족하며, 이곳에 탑을 세웠다. 그래서 높이가 400척(133m), 기단의 둘레가 1리 반(600m), 5층 기단의 높이가 150척(50m)의 탑을 짓고, 1말의 사리를 보관했다고 한다. 



푸시칼라바티성(布色羯羅伐底城:Puskarāvatī), Charsada


푸시칼라바티성은 페샤와르 동쪽의 차르사다에 해당한다. 현장은 성 동쪽에서 아소카왕의 탑을 보았는데, 과거 네 부처님이 여기에서 설법했다고 전한다. 또한 성 북쪽 4~5리 위치에 또 다른 아소카 탑을 보았는데, 이곳에서 전생의 부처는 왕으로 태어났는데, 어떤 눈이 먼 거지를 보고 자신의 눈을 뽑아주어 거지가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이 천 번 환생하면서 계속되었다고 한다. 현장은 페샤와르와 차르사다 지역의 성지들을 둘러보고 금과 은, 비단과 복식을 탑이나 절에 공양하였다고 한다. 그 외에도 귀자모신의 유적, 샤카마 보살이 살았던 곳을 언급하고 있다. 



우타칸드성(烏鐸迦漢茶城:Udakhānda), Hund


지금의 파키스탄의 헌드(Hund)로 추정된다. 당시에도 특별히 부유했던 듯, 주민들은 보화가 가득하고 여러 나라의 진귀한 것들이 모여든다 하였다. 아무래도 인더스 강을 건너는 포인트였기에 교역의 중심지라서 도시가 활성화되어 있었던 듯하다.


이곳은 성명론(聲明論)을 지은 파니니(Pāṇini) 선인이 태어난 곳이라 한다. 파니니선은 날 때부터 똑똑하여 세상에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사전을 편찬하고자 하였다. 그런 그에게 자재천이 나타나 파니니선을 돕겠다고 하였다. 결과 3만 2천 언으로 된 사전이 만들어졌다. 왕은 사람들에게 이를 다 외우면 상금을 주겠다고 하여, 이 지역의 사람들이 똑똑해졌다고 전한다.




웃디야나국(烏仗那國:Uddiyana) 몽게리성(瞢揭椒城:Maṅgalipura), Swat


웃디야나국은 지금의 파키스탄 스왓지역에 해당한다. 현장은 과거에는 1천4백의 가람이 있었고, 1만 8천의 승려가 있었지만 현장이 방문했을 때에는 다 사라지고 황무지만 남은 상태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부처님이 인욕선인이 되시어 갈리왕을 위해 몸을 잘랐다는 곳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여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인욕선인 본생담(Khantivadi Jataka)'이다. 부처님이 전생에 인욕을 수행하는 수행자였다. 어느 날 '칼리'라는 왕이 하녀 넷을 대동하고 인욕선인을 만났다. 대화가 길어지자 왕은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하녀들이 모두 왕의 곁을 벗어나 수행자에게 가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여기에 화가 난 왕은 선인에게 하녀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었다. 선인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누군가가 당신을 모욕하거나 학대하더라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설법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왕은 당신이 그 말을 얼마나 실천하는지 보자며, 선인의 팔다리와 코와 귀를 잘라버렸다. 그럼에도 선인은 노하지 않고 인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파랄라용천(阿波邏羅龍泉), Kalam


아파랄라용천은 스왓에서 북동쪽 위치의 칼람 협곡지역에 해당한다. 불전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아파랄라(Apalāla)라는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간기라는 이름의 주술사가 있었는데, 사람들을 위해 악룡을 제어하고 폭우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도록 주술을 부렸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간기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곡물을 주었는데, 점점 곡물을 주지 않게 되었다. 간기는 이에 화가 났지만 주술의 힘을 다 써버렸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음을 맞이한 간기는 자신이 악룡이 되어 다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발원을 했다. 그리고 악룡으로 태어난 간기는 폭우를 내려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부처는 집금강신을 시켜 악룡을 제압하도록 했다. 악룡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곡물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12년에 한 번 폭우를 일으키겠다고 허락을 요청했다. 부처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아파랄라 나가라자(페샤와르 박물관)


이와 관련된 장소들이 칼람지역에 전해지는 듯하는데, 아파랄라 용왕을 굴복시켰을 당시의 발자국 흔적, 그리고 부처가 옷을 빨았던 장소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흥미로운 부분은 눈 내린 맑고 깨끗한 칼람의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는 듯이 묘사되어 있는 점이다. '이 지역은 한냉하여 봄과 여름에도 항상 얼어붙어 있다. 해가 지면 다섯 가지 빛깔을 머금은 눈이 날리는데, 내리는 모양이 마치 여러 가지 꽃잎이 난무하는 듯했다.' 지금도 파키스탄의 북동부 지역(훈자나 스카루두 지역)은 이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하다. 


스카루두, 여름에도 멀리 산에 눈이 쌓여있다



다라다강(達麗羅江), Darel


다라다강은 지금의 파키스탄의 길깃 발티스탄 주의 다렐 지역이다. 현장법사는 어둡고 컴컴한 산골짜기를 지나 쇠발판과 쇠사슬에 의지하며, 벼랑길을 1천 리를 걸어 도착했다고 한다. 이 길이 그 유명한 죽음의 고속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시작점이다. 여기서 또 동쪽으로 산길을 통해 500리를 가면 발로라국(발루치스탄)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현장은 다시 헌드로 되돌아가서 인더스 강을 건넜다.


파키스탄 북동부 산자락에 남아있는 고대 실크로드 지선의 흔적들



참고자료


현장 저, 권덕주 역, "대당서역기", 올재, 2012

혜립 저, 김영률 역, "대당대자은사삼장법사전", 동국대학교한글대장경 [link]

신소연, 김민구 역, 샐리 하비 리긴스 저, "현장법사", 민음사, 2010

조윤경, '현장의 불전 번역 원칙 : 도안 및 구마라집의 번역과 비교하여', "불교와 사회", 11(2), 2019, pp.1-26 [link]

박청환, '아빠랄라 나가(Apalāla nāga) 이야기를 통해 본불교 내러티브 연구', "인도철학", 39, 2014, pp.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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