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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Nov 25. 2020

#17 캄보디아의 돈 '리엘'에 대하여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리엘(Riel, រៀល)이라는 화폐를 사용한다. 화폐 기호는 리엘의 크메르어 표기 'រៀល'의 첫 자음 'រ'에 가로줄을 그어 '៛'로 표시한다.


리엘의 어원 톤레삽 호수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다. 리엘이라는 물고기는 젓갈을 만들거나 어간장을 만드는 등 캄보디아 사람들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중요한 물고기이다. 하지만 이 물고기는 작고 볼품없어, 화폐 대용으로 사용되었다거나, 물물거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리는 없어 보인다. 아마도 동음 이의어라서 생긴 이야기지 않을까 싶다.


톤레삽에서 잡히는 물고기 리엘 ⓒ kimhong

 

리엘의 어원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던 말레이나 인도, 중국의 무역 상인들이 화폐로 사용했던 멕시코의 은화 '헤알(Real)'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앙코르 시대에는 화폐가 없었기에 외국에서 온 상인들이 쓰던 화폐의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쪽이 더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캄보디아의 고액 화폐 ⓒ 박동희


캄보디아 국내에서는 미국 달러도 통용된다. 처음 캄보디아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본 여행 가이드북에 미국 달러로 환전해가면 된다 하여 반신반의하면서 달러만 준비해 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캄보디아에서 미국 달러를 쓰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캄보디아에서는 큰 액수는 달러로, 그리고 작은 액수는 리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물건을 살 때, 달러로 지불하면 리엘이 돌아오는 형국이다. 그래서 현지 생활을 하다 보면 지갑이 리엘로 점점 두꺼워지기 일쑤다.


리엘로 돌아오는 잔돈 ⓒ 박동희


그렇다고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달러가 통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메인랜드 4국(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태국) 중에서 달러가 통용되는 유일한 나라이다. 오히려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기에 프랑스의 프랑이나 유로가 사용되었으면 되었지, 미국의 달러를 쓰는 현실이 다소 의아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배경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20세기 초반,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L'Indochine française)는 인도차이나 은행(Banque de l’Indochine)을 설립하고 식민지 통화인 '피아스터(Piastre)'를 발행했다. 캄보디아에서 피아스터는 식민지 지배기간과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통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독립한 캄보디아는 1955년 처음으로 '리엘'을 발행하였다. 시장에는 피아스터와 리엘이 같이 사용되었다. 초기에 발행된 리엘에는 피아스터도 병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폐경제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로 폴폿에 의한 공산주의 혁명이 발생하였고, 크메르 루즈는 기존의 화폐를 모두 폐기하고 물물교환 경제를 도입했다. (자체적인 화폐를 준비하였으나 유통되지 않았다고 한다.

크메르루즈가 축출된 이후인 1980년 4월 1일, 리엘은 다시 발행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4리엘이 1달러의 가치를 가졌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들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캄보디아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이 시작되었고, 미국 달러의 유입이 시작되었다.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지원은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또한 캄보디아를 떠난 난민들이 모국으로 보내는 외화가 늘어났다. 1990년대 초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고, 사람들은 리엘보다는 달러를 선호하게 되었다.

<캄보디아 화폐 '리엘' 사용의 역사>


자초지종을 알게 되니 캄보디아 사람들이 리엘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리엘의 가치가 한번 급격하게 붕괴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미국 달러를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캄보디아에서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2008년에 캄보디아를 처음 왔을 때부터 시장에서는 1달러 = 4,000리엘이라는 환율이 안정적으로 용되고 있다.


달러 대비 리엘 환율 변화 그래프


최근 국립 캄보디아 은행에서는 달러의 통용을 줄이고자, 한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 9월 1일부터 시중은행으로부터 1, 2, 5달러를 받을 때에는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이 대책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1달러짜리들이 종적을 감췄다. 여전히 고가의 화폐들은 달러로 쓰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달러가 완전히 사용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부금 박스에 가득한 캄보디아 돈 ⓒ 박동희


참고자료

Sok Chan, 'Central bank wants end to $1, $2 and $5 notes', Khmer Times, 2020.5.29. [link]

'A Brief History of Cambodian Currency', 2007.10.18., Web information [Link]

'Cambodian riel', Wikipedia, Web information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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