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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카이 Oct 27. 2024

주… 에 취하다.

어성초

약한 줄은 알았다.

아버지도 언니도 남동생들도 그러하니.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셔도 이내 대자로 뻗으니.

어성초가 좋단다.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그중 젤 좋은 건 항균작용이란다.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서 구하지?

도저히 못 구할 거라.

그래서 결코 못 길러볼 거라 생각하곤 그저 생각만 했더랬지.

그러던 어느 날… 떡하니 생겼다.

지인찬스. 내가 이런 찬스를 …

놀러 간 지인 집에 떡하니 있더라고.

몸에 좋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구해서 길렀는데

그 생명력이 어마무시하더래. 그러니 제발 뿌리까지 뽑아가란다. 가져갈 수 있을 최대치를. 제발.

그렇게 만난 어성초.

한뿌리를 심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자랄 줄은 몰랐다. 어찌나 잘 자라 던 지. 겨울이 오면 땅 위는 볼품이 없어진다. 하지만 땅 속은 깊고 길게 뿌리를 내려 날이 포근해지는 순간 싹을 낸다. 물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습한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그렇게 뿌리를 내려 잘 자라고 있는데 이사를 가야 한다. 다 뽑어 가기엔 너무 많다. 그래서 술을 담았다. 그리고 튼실한 몇 뿌리를 골라 화분에 따로 심었다. 이사 갈 집으로 데려가야 하니. 어성초는 이름 그대로 생선 비린내가 나는 풀이다. 그래서 뱀도 벌레도 싫어한다.

뿌리까지 정성껏 뽑아 씻어 말린 후 보드카 큰 병에 넣고 기다렸다.

하지만 담기 전 주의사항이 있다. 반드시 씻어 말린 후 담아야 한다는 거. 그냥 술로 담으면 못 마신다. 아무리 비위가 강해도. 그렇지만 말리면 그 냄새가 없어진다. 그래서 반드시 말려서 술로, 차로 마셔야 한다.

그렇게 담은 술을 이사도 가야 하고 짐도 줄이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한 모금 하려 집어 들었다.

40도 술에 담은 거고 담은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도수는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한데 무슨 생각으로 두 모금이나 벌컥벌컥 마셨는지. 몸에 좋다고 하니 생각보다 손이 빨랐던 게다.

술을 모른다. 너무도.

술을 잘 못 마신다. 아~주.

알코올 해독능력 또한 없다. - 분명하다 집 안 내력도 있고.

그런 나를 알면서 왜 그랬는지.

마시자마자 머리가 뱅글뱅글.

언능 만들어둔 대구전을 먹었다. 그리고 이어 두부 전도. 계속 빙글빙글 돈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일어나기 조차 힘들다. 몸에 힘도 없다. 하지만 뭐라도 마셔야겠기에 우유 한잔을 마시고 이어 물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앗… 이러면 몸에 금방 퍼져 더 빨리 취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별수 없다. 빨리 이 알코올도수를 내려야 하니. 그저 눕고 싶었다. 그런데 술 마시고 깨지 않고 자면 몸에 안 좋다는 했는데… 오만 생각이 난다. 머리가 뱅글거린다.

언제 이 증상은 없어질까?

몸에 안 좋다고 해도 앉아있기도 힘들다. 잠이 엄청 온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두어 시간 지났을까? 다행히도 뱅글거림은 없다.

생각을 하자고 제발 …

몸에 좋다면 다냐고.

난 참 좋아한다. 몸에 좋다는 모든 걸. 그런 나지만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것만은 못 먹지 싶다.

‘뱀 술’

난 봤거든 그들의 눈을.

난 봐버리고 말았거든 그들의 무늬를.

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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