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밭내손
친구가 이사를 간다고 한다.
믿음 안에서 서로서로 위로와 힘이 되어 준 친구.
멀리도 간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된 미나리.
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물이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있으면 키우기 딱인데 그래도 물 많이 주면 되것지 하고 가지고 왔다.
나는 워낙 똥손 곰손 또 뭐가 있지? 암튼 지간에 나한테 오면 선인장도 죽어 그렇게 알고 있어서 겁나게 잘 자란다는 미나리도 잘 키울지가 의문이었다.
오~~ 그런데 자라는 게 장난이 아니다. 첨에 옮겨 심었을 땐 비실비실해서 그럼 그렇지 했지. 그런데 웬걸 뿌리를 내린다고 힘을 써서 그랬는지 아님 옮겨 심어 힘들어 그랬는지 잠시 상태가 안 좋더니 이내 엄청 잘 자란다. 습기 있는 그늘진 곳에 심어 여름도 잘 이기고 잘자랐나보다.
그런데 잘 자라는 미나리를 뽑아야 한다. 집 주변 정리를 위해. 이사를 위해.
그렇게 대량의 미나리 뽑기에 돌입했다. 뿌리가 엄청나다. 그러니 잘 자란 게지. 그런 미나리를 그냥 버리려니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술을 담아야겠다 생각했다.
깨끗이 씻어 물기가 빠지면 차곡차곡 병에 담아 고 알코올 보드카를 부었다. 두 병 가득. 그리곤 햇빛이 들지 않고 조금은 서늘한 지하실 한 켠에 보관한 지 두어 달… 미나리술은 담은 지 한 달 후 걸러내고 2달 숙성 후 마시면 된다고 했는데 …
언능 걸러서 병에 담고 날짜를 야무지게 썼다. 두 달 후 맛을 봐야지 하며.
미나리는 해독에 좋은 나물이다. 그래서 간에 좋고 혈관을 좋게 하며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해 불면증에도 좋다고 하니 효능이 좋고 많은 것만큼 기대도 크다.
하나하나 텃밭에 옮겨 심고 뿌리가 내리기까지 물을 주며 정성 다해 키워 이렇게 술까지 담았으니.
이만하면 금손은 못되더라도 흙손쯤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