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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16. 2024

당신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합니까?

사랑이란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최근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내가 진정으로 미래의 남편이 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그를 사랑하냐는 질문에 연애 초반에는 꽤나 빠르게 "당연하다!"라는 답이 나왔는데, 약 3달이 지난 시점, 그리고 결혼까지 약속한 시점이 되고 난 이후에 오히려 대답이 빠르게 나오지를 않았다.


진실로 내가 이 사람의 모든 면을 수용하고 좋아하는지, 그게 아니라면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떤 점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못마땅한 점이 보인다는 것은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것인지 여러 복합적인 생각을 거쳐 진짜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어졌다. 


아마 초창기에는 그저 외적인 부분이 내 스타일이라서라거나 말이 잘 통해서라는 식의 가벼운 판단을 했기 때문에 답이 빠르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답이 진실로 사람 자체를 사랑해서 나온 답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정의가 내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하는 것이 아까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과연 나는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정도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전에 나를 사랑해 주었던,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X를 떠올려 본다. 그는 나에게 아낌없이 주고도 주지 못함을 안타깝게 느낄 수 있는 그 마음을 느끼게 해 준 장본인이다. (결국 그와 쓰라린 새드엔딩으로 끝난 관계로 인하여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그 정도의 마음을 주지 않게 되었지만..) 그와의 만남에 있어서 나는 항상 충만함을 느꼈었다. 그는 나의 외로움과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나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X는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주며 내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갈수록 나는 그에게 집중하며 매료되었고, 그에 대한 감정도 커져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다른 이성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저 그의 관심과 인정욕구와 같은 여러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나와의 관계가 이용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에게 특별했던 경험이자 소중했던 시간이 그렇게 물거품처럼 날아가버리고 난 뒤, '사랑하는 것' 다시 말하면 '마음을 여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마음을 주면 줄수록 그 마음이 크면 클수록 상대방에서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것과 같이 느꼈다. 그래서 그 힘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며 최대한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한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 같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수록 더 사랑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나의 남자친구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해도 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내가 더 아파질 것 같아 쉽사리 그 선택지를 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임에도) 그저 적당히 사랑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사랑하냐는 질문에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감정상태의 내가 그를 결혼상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한 답변은, 그를 닮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와 함께 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나의 결핍이 채워져 있는 충만함을 느꼈다. 그는 나보다 사랑과 애정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하는 일에 늘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이며 낙척적인 성격을 지녔다. 자기만의 주관이 명확하고 싫고 좋은 것이 명확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이성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며,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리드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나를 하면 변화 없이 꾸준하게 끝까지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관계에 있어 계산적이지 않으며 여유가 있다. 


이 모든 부분들은 나와 상반되는 점들이고 내가 갖지 못한 결핍이기도 하며, 내가 그를 부럽게 여기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그를 동경했고 동경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여긴 것 같다. 내가 그를 동경하니, 그를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는 불안요소이기도 했던 같다. 나는 나를 그와 동등한 위치에 두지 않은 상태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든 그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존재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서로 간 배려와 존중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오히려 감추게 되며 되려 불편함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 사이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렇듯 머릿속이 복잡할 때에는 조금 릴랙스 하고 한걸음 떨어져서 사건을 바라보며 가벼워질 필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세세한 생각들로 내가 나를 좀먹는 느낌이 들 때면, 좋은 것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랴. 좋으면 좋은 거지. 하는 배포 있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마치 내 남자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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