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4.
지난주 상담사 선생님의 개인 일정 및 나의 회사업무로 인하여 상담을 진행하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10여 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진행하는 심리상담 시간이라 나는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심리상담의 시간은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해지는 유일한 창구와도 같은 시간이라 가는 길이 항상 설렌다. 오늘은 또 어떤 대화를 나누고, 나의 감정에 대해 어떤 것을 캐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의 속내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심리상담 시간은 매번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때마침 발생했던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다시금 피어오른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남자친구와는 지난 150일가량을 만나오는 과정 속에서 너무 잦은 취미활동과 이성인 친구와의 만남으로 인하여 몇 번의 트러블이 있었다. 처음 이 부분에 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 했었다. 아마도 나의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상대방이 이성과 만나는 것에 예민해질 수 있다고 여겼고 평소 내가 활동성이 적기 때문에 상대방의 취미활동을 이해하는 폭이 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식의 생각으로 인해 이런 부족한 내 모습을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도 있었고, 스스로도 포용적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답답하게 느꼈었다.
하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트러블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사실 이 모든 불안은 사실 상대방이 나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심리상담과 여러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안에 피어나는 감정들을 토해내면서부터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상대방의 연인으로서의 태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연락빈도, 만남 횟수, 말투와 태도, 행동 등 나를 우선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취미활동에 집중하거나 이성친구를 만나는 행위에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렇듯 심리상담을 하면서 내 감정에 솔직해질수록 내가 왜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해는 더욱 명확해져 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지금 남자친구와 나의 관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상담으로 인해 나는 내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두려움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 또한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내가 그와의 관계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떠날까 봐 혹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을까 봐였다. 하지만, 그렇다는 말은 반대로 내가 나의 의지로 그를 떠날 수도 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는 관계에 대한 선택권이 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자, 복잡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그 감정으로 인해 기인하는 여러 불편한 마음들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더 큰 고통을 받지 않도록 나는 나를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까지 염두하고 그에게 그동안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을 표출했다. 그러자 그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럼에도 본인 나름의 사정이 있음을 어필하려 했다. 난 그에게 내 의견을 후회 없이 표현했고, 앞으로 그의 판단과 행동을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