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무엇인지, 그 알 수 없는 모호함은 나를 자주 힘들게 했다.
불안에 잠식되어 가는 도중, 나를 잘 아는 친구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그건 너의 손에 달렸어."
부정적인 마음이 아무리 올라와도 감정의 마지막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말이었다.
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러웠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 계기로 나는 명상을 시작했고, 감정과 생각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도로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 사람처럼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관찰에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고 한다. 그저 바라보면 된다는 것. 그리고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이 떠오르면 단지 인지하고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계속해서 머릿속이 복잡해도 상관없다. 그것을 관찰하는 것뿐이 목적이니까.
"You don't get to choose who Riley is, Anxiety, you need to let her go"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조이(Joy)가 불안이(Anxiety) 에게 말한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감정이 결정할 수 없고, 결국 그건 라일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이다.
감정을 관찰하다 보면 감정이 나 자신이 아님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에게 중요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감정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을 인식하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감정은 나의 마음을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그 감정에 한 걸음 밖에서 귀를 기울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고민이 많아진 시간에, 나는 그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 방법을 배워가는 한 주를 보냈다. 일단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는 공간에서 나와 어디든 간다. 산책로도 좋고, 의자와 책상, 그리고 큰 창문이 있는 곳이면 더 좋다. 펜과 종이를 들고 가서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쓴다.
그리고 계속해서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그것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 줬다. 내가 다른 어떤 친구에게 하듯 공감해 주었다.
그 누가 어떤 말을 하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를 향한 나의 공감 어린 시선이었다.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어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