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비행>과 <소년심판>, 그렇게 나쁜 어른이 된다

<소년비행>과 <소년심판>에서 보는 사회적 학습(모델링)

by KEIDY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년심판>이 굉장히 화제가 되었죠. 다소 생소한 단어인 "촉법소년"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에 힘입어 관련 법안이 추진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사회에 이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KT 시즌에서 <소년비행>이라는 콘텐츠가 3월 말 공개되어서, 이 또한 다른 의미에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동안 방송 드라마들은 소재의 다양성 면에서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드라마는 "마약"을 주된 소재로 하고 게다가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죠. "그날, 우리는 꿈 대신 대마를 키웠다"라는 포스터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마약 배달에서 시작한 것에서 대마를 직접 키우는 일로 확대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이 두 콘텐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소재의 독특함? 제목의 유사성?(저도 가끔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둘 다 "소년"이 들어가니까요.) 여러 공통점이 있겠지만, 이 두 콘텐츠가 "청소년"을 주된 등장인물로 다룬다는 점에서 "사회적 학습"(모델링)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년심판>에서는 다양한 소년범들이 등장합니다. 이유 없이 어린아이를 죽여 시체를 유기한 학생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험지 유출이라는 범죄를 눈감고 받아들이는 학생들, 성인으로 속이고 차를 빌려 도로를 폭주해 사람을 치어 죽인 아이들, 집 나온 여학생들을 꼬드겨 집단 성폭행을 하고 조직적인 성매매를 강요하는 청소년들... 평소에 우리는 아이들, 청소년들을 대할 때 어른보다 아직 미성숙하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한계점을 그어놓고 생각하곤 하죠.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범죄들을 보면, 때로는 어른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촉법소년으로 설정한 나이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죠.

드라마 내에서도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심은석 판사는 공공연하게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라고 하죠. 그리고 그 이유도 덧붙입니다. "갱생이 안 돼서"라는 것이죠. 이와 대척점에 놓여있는 차태주 판사는 온정주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감싸려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그 외에도 두 명의 부장 판사들이 나오는데, 강원중 판사는 대쪽 같고 올곧은 성격으로 소년법 개정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달려오지만 실수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나근희 판사는 "소년범 재판은 속도전"이라는 본인의 철학을 고수하며 심은석 판사와 대립하지만 나중에는 본인의 철학 또한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소년범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나 판결은 다를 순 있어도 그 사건 하나만을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들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요?


물론,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처럼 선천적인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태어난 모든 사람이 다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죠. 또한, 선천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그렇기에 타고난 원인 외에도 "교육"과 "학습"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무엇을 보고, 경험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배울 수 있고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유명한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습을 하는데, 그중 "사회적 학습"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사회적 학습은 "모방학습", "대리 학습", "관찰학습"으로 나눠볼 수도 있는데요. 모방학습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리 학습"은 타인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관찰하여 본인이 그 행동을 했을 때 초래되는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죠. "관찰학습"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해 두었다가 유사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은, 그 범죄를 스스로 고안해 냈을 가능성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 사례들은 그러한 행위를 관찰하여 모방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즉, 사회적 학습으로 범죄를 배운 것이죠. 그게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단순히 남이 했으니까 나도 똑같이 따라 하거나 유사한 상황에 놓이면 그동안 관찰했던 행동을 그대로 표현하는 겁니다. 그 아이가 놓인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주변에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또래 집단이나 어른들이 부재할 경우에 나쁜 행동을 더욱 배우기 쉬워집니다. 그렇게, 나쁜 행동만을 답습하면서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죠.


이를 <소년비행>에도 적용해 보겠습니다. <소년비행>의 주인공 경다정은 이름과 달리 다정하지 않고 차갑습니다. 다가오는 친구조차 밀어내려고 하죠. 알고 보니, 다정은 마약거래를 관리하는 엄마 밑에서 마약 배달책으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10대, 꿈을 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다정은 원치 않았지만 무서운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죠. 친구가 죽는 사건을 목격한 다정은 그 사건에 이용된 마약과의 연결고리 때문에 멀리 시골까지 도망가게 되는데,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외진 시골에서 우연히 대마밭을 발견하고는 이것을 팔아서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다정은, 일반적인 10대 청소년들이 학업에 신경 쓰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보고 배운 것은 뺏기지 않으려면 뺏어야 하고, 주변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었고요. 게다가 불법적인 마약 거래가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대마를 키워서 그것을 판매하겠다는 간 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게 엄청난 범죄임을 알고도 말이죠. 이 또한 사회적 학습의 일환입니다. 보고 배울 사람이 엄마, 또는 마약 배달에 이용되는 다른 또래, 그리고 마약에 중독되어 뒤통수를 칠 생각만 하는 어른들... 이러한 환경에서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모방과 관찰학습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청소년들의 사회적 학습으로 벌어진 범죄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범죄가 사회적 학습으로 습득되는 것이라면,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은 행동을 학습할 기회가 적었을 겁니다. 사회적 학습의 핵심은, 우리는 타인을 보고 배운다는 점인데요.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라는 것을 보고 배웠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는 것이죠. 즉, 이럴 경우에는 보고 배울만한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어른들이나 때로는 롤모델의 기능을 하는 또래들, 또는 그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 같은 존재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치 <소년심판>에서 강원중 판사가 어릴 적 학대를 당해 엇나가는 차태주를 꾸짖어 바른 길로 인도하였고, 그 덕분에 좋은 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차태주 판사에게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따끔하게 말하며 다르게 살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잡아줬던 강원중 판사가 아니었더라면 차태주 또한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나쁜 길로 빠져들 수도 있었을 겁니다.


<소년비행>에서는 엄마에게 학대를 당해 이렇게 사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무기력하게 믿어버리는 다정히 올곧은 책임감을 지닌 윤탁을 만나며 자신의 생각을 바꿔나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고, 윤탁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다정히 엄마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고 가족을 지키려 노력하는 윤탁을 보며 가치관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사람들과 달리 순수하게 걱정하고 호의를 베푸는 윤탁을 보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수많은 현실의 유혹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러나 아직 미성숙한 아동기, 청소년기에는 그 행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 자체를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그들에게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인지 알려주고, 지금까지는 잘못된 행동을 했더라도 앞으로는 다르게 행동하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일깨워 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사회적 학습에 따라 소년범은 갱생될 수도, 갱생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년범에 대해,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가 모든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개인의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올바른 행동을 알려줄 수 있는 사회적 학습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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