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미쿠스>로 보는 "모방"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혼자서는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는데요.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반드시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갓난아기가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아기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 줘야 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적절한 옷가지를 입혀줘야 하며, 배설물을 치워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기는 점차 커 가며, 주변을 탐색하고 주위 사람들을 관찰해 가며 성장합니다. 그렇게 인지능력을 키워가는 시기에 아이가 잘 사용하는 전략은 "따라하기" 입니다.
엄마를, 아빠를, 그리고 형제자매와 또래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죠. 엄마가 말 하는 것을 잘 들어 두었다가 유사한 상황에 사용하거나, 또래 친구가 노는 방식을 잘 관찰하고 따라하는 등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때 주위 사람을 따라하며 행동패턴을 습득합니다. 특히, 언어를 배운다거나 옳고 그른 행동을 판별할 때, 그리고 처음 맞이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 모르겠을 때 이러한 "모방"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학습에는 "사회적 학습"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을 관찰, 모방해서 특정 행동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앨버트 반두라라는 학자는 "모델링"(관찰학습) 실험을 통해 어른의 행동을 관찰한 아이가 유사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음을 밝혀냈습니다.
"아이는 어른(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특히 부모)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슷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합니다. 이렇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모방"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모방" 하는 존재, "호모 미미쿠스" 인 것이죠.
최근에 공개된 <미미쿠스>라는 드라마에서는 공연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아이돌의 꿈을 가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두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중 수빈이라는 캐릭터는 엄마가 유명 기획사 대표이고 이미 그 기획사의 공식 연습생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며, 유성이라는 캐릭터는 아이돌의 꿈을 꾸고 있고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번번히 기회를 놓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 둘은 서로를 "가짜"라고 인식하며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닮은 외모와, 눈 밑의 눈물점까지 같은 이 둘을 보고 사람들은 유성이 수빈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유성을 "가짜 수빈", "짭 수빈"이라고까지 부르죠. 그러나 유성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믹"(따라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특히 문어에 트라우마를 가진 것으로 나오는데요. "문어"는 주위 환경에 맞춰 몸 색깔과 재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 중 특히 "흉내문어"는 외견 뿐만이 아니라 행동까지도 똑같이 따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알고보니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자 주인공도 두 명 등장하는데요. 서로를 싫어하고 멀리하려는 남자 주인공들과 달리 여자 주인공들은 굉장히 친한 사이로 나옵니다. 로시라는 캐릭터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이자 막내인데요.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정작 같은 아이돌 그룹 내에서는 냉대를 당하며 아이돌 생활에 회의감을 느낍니다. 로시의 절친, 다라는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비타민같은 존재로 등장하는데요. 절친 로시를 항상 추켜세우고 응원하면서, 그녀의 스타일링이나 행동을 따라합니다. 좋아서, 친해서 로시를 따라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왜 항상 로시를 따라하느냐" 고 묻죠. 좋아서 따라하는 것은 안 되는 걸까요?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인간은 "호모 미미쿠스", 모방의 존재입니다. 앞서 말했듯, 모방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당연하지만, 누군가의 특징,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하고 탐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누가 누구를 따라했는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자아정체성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남이 하는 행동이 무조건 좋아보인다거나, 남이 가진 것을 빼앗거나 가로채기 위해 나 자신을 잊고 모방하는 것에만 열중한다면 연약한 토양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즉 튼튼한 토양에서 성을 지어야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자아를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수빈과 유성, 로시와 다라의 "모방"은 민감한 청소년기라는 특징을 갖는데요. 아직 내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기 어려운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때로는 내 자신을 탐색하기 위해 남의 것을 조금씩 모방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동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해 봄으로써 부족한 내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그렇기에 "모방"은 적절한 수준에서는 내 자신의 성장을 돕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모방"은 나의 부족함을 과장해서 느끼게 되고, 그 결과 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군가를 "모방"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그럴 때는, 현재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모방"하는 것이 스스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고, 내 자신을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