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 영원의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었던,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의 중요성

by KEIDY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아델라인은 어떤 계기로 늙지 않는 몸을 지니게 되는데, 나이가 107살이지만 여전히 29세의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길 주위 사람들 때문에 그녀는 10년마다 신분과 거주지를 바꿔 살아가는데, 어느 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델라인도 마음이 흔들리게 돠죠. 그러나, 그 사람은 영원히 늙지 않는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고, 외롭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영원한 젊음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영화 <서복>을 보며, 영화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이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요. '서복'은 동양권 사람들에게 익숙한, 진시황의 불로불사약을 구하러 멀리 떠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복'은 불로불사의 약을 찾아오겠다는 명분으로 진시황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여행을 떠났으며, 그 약을 결국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긴, 그러한 약이 있다면 인간의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테지만... 결국 '서복'이라는 이름은 '불로불사'와 연결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 그리고 이루지 못할 소망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근 미래, 인간은 마침내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불로불사의 실험체 '서복'을 만듭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은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죠. 서복을 통해 생명 연장을 약속받은(약속받았다고 생각하는) 기헌은 필사적으로 서복을 지키려 하고, 처음으로 실험실 밖으로 나온 서복에게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서복을 손에 넣으면 세상을 지배하는 것과 같기에 여러 정부 이해관계자들, 기업, 그리고 다른 나라까지 합세하여 서복을 추격하는데 여러 산전수전을 같이 겪는 기헌과 서복은 묘한 연대감이 생깁니다. 서복이 이대로 이해관계자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실험체로 전락하여 평생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헌은 본인의 생명 연장을 포기하면서 그를 풀어주려 애씁니다. 서복은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려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엄청난 힘을 보여주며 그들을 제압하지만, 그가 살아남아도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기에, 예견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 <서복>을 보면서 영원한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되었습니다. '서복'은 여러 실험을 바탕으로 불로불사의 몸을 갖게 되었죠. 태어날 때부터 그에게 정해진 운명은, 어차피 정상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었고 다른 선택지를 꿈꿔서도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헌과 함께한 잠깐의 동행과 일탈의 시간에서 서복 또한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기쁨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서복은 아델라인처럼 타인과 삶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을 알지는 못 하지만, 오히려 타인과 같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했기에 상실감이 더 컸을 것입니다. 갇힌 실험실에서 평생 실험체로 살아가는 삶. 비록 불로불사의 몸을 가졌지만 남들과 다른 그에게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었을 것입니다.


서복에는 철학적인 대사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중 기억에 가장 남은 것은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가..."라는 대사였습니다. 이 대사를 생각하면 영화 <코코>가 떠오르는데, 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이생에서 그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후 세계에서도 그 사람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오히려 영원을 살기에 그의 존재를 기억해 줄 사람이 없고 소중한 사람을 계속 잃는 경험만 하게 되죠. 그는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지만 거꾸로 죽은 사람은 영원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찰나를 살더라도, 잠깐을 살더라도 이 세상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것 아닐까요.


나 자신이 너무 평범해서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 내 삶에 자신이 없고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영화 <서복>을 보면, 남들과 보폭을 맞춰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영화 속 철학적인 대사들이 다소 문어체적이라서 굉장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의미를 나중에 곱씹어 보면,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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