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그린마더스클럽>

적당한 질투의 힘과, 과도한 질투를 해결하는 연대의 힘

by KEIDY

(※주의!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그린마더스클럽> 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녹색어머니회"라고 하면 왠지 옛스러운 느낌인데, 영어로만 바꿨는데도 세련된 느낌이 물씬 드네요. 이 드라마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그리고 초등학교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요. 소재만 보면 마치 예전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 캐슬>의 순한 맛 버전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라 엄마들, 아니 여자들 사이의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은표"는 아이가 그저 자유롭게 자라면 된다는, 평범한 육아관을 가진 엄마입니다. 그러나 스펙은 결코 평범하지 않죠. 무려 거성대(여기에서는 아마 서울대와 동급의 의미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를 졸업했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으며, 박사 학위까지 있는 학업성취도 만점 학부모죠. 정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이의 실수로 그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게 되면서 아이라도 잘 키우고자, 학구열이 치열한 동네로 입성합니다. 그러나 학교 공부만 잘했을 뿐, 사회적인 스킬을 많이 부족했죠. 어떻게든 아이들을 최상의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 앞에서 "저는 그런 쪽 엄마는 아니"라며 필터 없는 말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들 동석이와 함께 묶여 미운털이 박히죠.


"은표"가 이사온 아파트 옆집에 사는 "춘희"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정보망 보유자이자, 부러운 스펙의 소유자입니다. 의사 남편에, 아이들 또한 학업성취도가 우수하죠. 특히 딸은 공부 욕심이 많아 엄마가 시키는 엄청난 양의 과제도 잘 따라오죠. 예쁘고, 집안 좋고, 아이들도 우수하니 다른 엄마들은 모두들 춘희와 친해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춘희에게도 남 모를 커다란 고민이 있었죠.


은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좋은 층에 사는 "진하"는 제약회사 GM인 유능하고 잘생긴 남편과 5개 국어를 하는 우수한 아이를 가진, 소위 말하는 천상계 엄마입니다. 알고보니 은표와 진하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심지어 프랑스 유학에 가서도 마주치죠. 그러나 은표는 진하가 불편하고 싫습니다. 프랑스 유학 때 사귀었던 남자를 진하가 뺏었고, 심지어 결혼까지 했으니까요. 그리고 은표는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진하에게 큰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진하의 아버지는 거성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였고, 진하 또한 미술에 재능을 보여 예고에도 합격하고 젊은 나이에 각종 시상을 휩쓴 전력이 있죠. 은표는 미술을 좋아했지만 진하와 비교당하는게 싫어 전공 또한 미학으로 바꿔버렸죠. 항상 나보다 앞서 있던 진하를 동네에서 또 마주치다니, 은표는 착잡함을 느낍니다.


아이 학업에 열정적인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학업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책임을 촉구하며 행동으로 나서는 독특한 엄마도 있었습니다. "영미"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영화감독 건우와 결혼하여 남편 뒷바라지 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죠. 다른 엄마들이 아이의 학원을 알아 볼 시간에, 자칭 깨어있는 다른 엄마들과 만나서 사회의 현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열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얼굴에 두려움과 공포가 어리는 것을 보지 못하죠.


"윤주"는 은표의 육촌 동생으로, 집안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똑똑한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봅니다. 친척인 은표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은표가 눈치없이 "그런 엄마가 아니"라며 다른 엄마들에게 배척당하기 시작하니 계속 친분을 유지해도 될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너무 현실적이라 얄밉기도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하게 회사생활하는 남편을 믿고 의지하지만, 남편이 이상하게 "춘희"와 연락을 하네요.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그린마더스 클럽은 이렇게 다양한 엄마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육아관&학업관에 대해서도 조명합니다. 은표는 처음에는 "그런 엄마가 아니"라며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못마땅해하지만, 결국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같이 공존하려면 어떻게든 그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저 "공부만 잘 하면 되었던" 예전과 달리, 요새는 부모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보를 구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가하도록 길을 마련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아이가 잘 되려면(공부를 잘 하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조부모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거죠. 은표와 달리 춘희는 이러한 커뮤니티 안에서 상위계층이죠. 어느 학원이 잘 가르치는지, 원어민 선생님은 어디서 구하는지 등 정보에 빠삭합니다. 다른 엄마들은 춘희와 친해지면 그러한 정보들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잘 보이려 애를 쓰고요.


그러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은표의 아들 동석이가 알고보니 엄청난 영재라지 뭡니까. 갑자기 권력구도가 춘희에서 은표로 넘어갑니다. 동석이는 이젠 영재 학원에서도 상위 반에 입성하게 되고, 오히려 춘희의 아들 딸들은 노력한 것 대비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납니다. 은표는 기왕이면 동석이를 제대로 교육시키려 이것저것 시키게 되죠. 그러나 그러는 과정에서 동석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랐던 엄마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것도 할 수 있지? 더 할 수 있지?" 하며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점점 몰아붙입니다. "소원"이라며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한 엄마를 위해, 동석이는 참고 참다가 결국 실어증에 걸리고 맙니다. 우수한 영재는, 오히려 머리는 앞서가는데 정서적으로는 아직 아이인 데다가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감각적으로 더 예민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가 마음을 닫아버린 후에야 은표는 후회하게 됩니다. 엄마의 욕심이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한 것임을 알게 되죠.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엄마들끼리의 질투심이 아주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아이가 못하면 잘 하는 아이를 질투하고, 아이가 잘 하면 더 잘 하는 아이를 질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발생한 아이들의 서열은 엄마들 사이의 권력관계에도 반영됩니다. 집도 잘 살고 아이도 똘똘한 진하가 권력에서 1위를 했다가, 교육 정보에 빠삭하고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는 춘희가 정점으로 올라갔다가, 아이가 영재로 인정받은 은표가 권력을 쥐기도 하다가, 권력구도는 계속 바뀝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진하의 죽음 이후로, 이러한 권력관계는 조금씩 빛을 바래가게 됩니다.


은표는 넘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옛 남자친구를 뺏은 진하를 계속 질투해 왔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누구나 부러워했던 진하 또한 엄마의 참된 사랑을 받는 은표를 오랫동안 질투해 왔죠. 춘희는 남편과 티격태격하는 것 같기는 해도 진실하게 부부끼리 관계를 맺는 은표를 부러워합니다. 윤주는 똑똑한 사촌언니 은표를 부러워하고, 남편의 옛 여친인 춘희와의 관계를 의심하며 질투합니다. 영미는 남편을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이름을 떨치는 영화감독이 되도록 헌신하지만, 남편이 오랫동안 아이들을 학대해 왔으며 진하를 스토킹했다는 것을 알고는 분노하게 되죠.


이러한 사람 간의 질투심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질투심은 어떨 때 보면 그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저 사람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질투심이 과해지면, 항상 남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이 가진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과도한 질투심이 엄마들간의 관계를 파멸로 치닫게 하는데요. 그러나 이들은 다시, 해결책을 찾아 공존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것이 바로 "연대"인데요. 이는 각자 환경과 개인적 특성 등이 달라도 서로 부족한 면을 비난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며 보듬는, "상호 보완적인 진실한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합니다. 은표는 과거엔 질투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진하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녀를 용서합니다.


춘희는 남편에게 휘둘렸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본인의 죗값을 치루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은표는 이를 돕습니다. 윤주는 그래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남편을 용서하고 함께 살아가기를 택합니다. 영미는 자신의 욕심에 눈이 멀어 아이의 학대 사실과 남편의 범죄 사실을 눈감으려고 했던 것을 반성하고, 은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은표 또한, 대학 교수라는 타이틀만 쫓아 정작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행복해합니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습니다. 현실은, 이렇게 아름다운 결말이 내려지는 일이 어쩌면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당한 질투를 통해 삶의 목표와 원동력을 얻고, 과도한 질투심이 나를 좀먹기 전에 내 주변의 관계를 돌아보고 살필 수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남이 항상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순 없을지 몰라도, 내 부족한 면을 보완해 주고 그 점까지 이해해 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부러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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